결핍이 만든 품격, 여백이 남긴 감동 ― 청람 김왕식 평론가의 수필 「틈의 미학, 결핍의 온기」를 읽고 ㅡ김철삼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객원교수
결핍이 만든 품격, 여백이 남긴 감동 ― 청람 김왕식 평론가의 수필 「틈의 미학, 결핍의 온기」를 읽고 ㅡ김철삼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객원교수 2025.06.09
□ 김왕식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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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의 미학, 결핍의 온기
― 연잎 한 장의 비틀림처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완전함은 아름답다.
그러나 완전한 아름다움은 때때로 감동을 거부한다. 연꽃 한 송이가 아무리 고결하다 한들, 그 옆에 살짝 비틀어진 연잎 하나 없었다면 피천득의 수필은 그토록 깊은 여운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단정한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파격, 그것이 바로 ‘결핍의 온기’이며, 인간적인 공감은 그 틈새에서 시작된다.
이란의 장인이 수개월에 걸쳐 짜낸 페르시아 카펫에는 일부러 작은 흠을 남긴다. 이는 신만이 완전할 수 있다는 겸허한 고백이자, 마감보다 여백을 신뢰하는 지혜의 표현이다. 북미 원주민들이 꿰어 넣는 깨진 구슬 하나, ‘영혼의 구슬’이라 불리는 그것 역시, 단조로운 완성 속에서 생명의 떨림을 담아낸다. 파열 없는 구조는 무미하고, 틈 없는 아름다움은 감정을 밀어낸다.
제주 돌담이 거센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돌과 돌 사이를 완전히 메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빈틈이 있어 바람이 빠져나가고, 그 여유가 결국 강함이 된다. 삶도 그러하고, 사람도 그러하다. 흠 하나 없는 얼굴보다 주름진 눈가가 오래 기억에 남고, 유려한 언변보다 한 번의 머뭇거림이 마음을 울린다.
비틀어진 연잎 하나가 그러하듯, 우리는 완벽 속의 어긋남에서 진정한 정서를 발견한다.
그 틈이 있어 안도하게 되고, 그 결핍이 있어 사람다움에 젖는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빼곡히 채운 관계는 언젠가 숨이 막히고 곪아 터진다. 적당한 거리와 여백, 그것이 곧 존중이고 이해다. 돌담 사이의 틈처럼, 그 간극 안에 머무는 따뜻한 눈빛 하나가 관계를 지켜낸다.
자신의 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 타인의 비틀림을 너그러이 감싸는 시선, 그것이 삶을 품격 있게 한다. 우리는 연꽃의 중심이 아니라, 그 옆에 조용히 기울어 있는 연잎 한 장이 되어야 한다. 꽃이 빛나는 이유는 그 주변의 침묵이 있고, 감상자가 오래 머무는 이유는 완전 속의 미묘한 틈 때문이다.
삶은 마감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무리되지 않은 여백, 어긋난 음표 하나, 스미는 결핍이 그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균형은 결코 정렬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비정형의 조화, 흠 있는 온기, 그 안에서 우리는 진짜 인간을 만난다.
그러니 오늘도 완벽을 버리고, 비틀린 연잎 한 장으로 살아도 좋다.
그 비틀림 속에서야말로 진정한 미와 온기가 피어난다.
― 청람 김왕식
□ 김철삼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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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만든 품격, 여백이 남긴 감동
― 청람 김왕식 평론가의 수필 「틈의 미학, 결핍의 온기」를 읽고
김철삼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객원교수
우리는 오랫동안 ‘채움’의 논리로 살아왔다. 성과의 수치는 가득 채운 표로 나타났고, 관계의 깊이도 얼마나 자주 연락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가로 가늠되었다.
그러나 청람 김왕식 평론가의 이 수필은 정반대의 문턱에 서서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삶은 결핍으로 완성됩니다”라고.
「틈의 미학, 결핍의 온기」는 수필이라기보다 한 편의 철학적 명상이다. 그는 연꽃 옆 비틀어진 연잎 한 장에서, 완벽한 페르시아 융단의 작은 흠에서, 제주 돌담 사이의 틈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실체를 발견한다. 그것은 강함이 아니라 유연함이고, 채움이 아니라 여백이며, 질서가 아니라 파격이다. 이 정결한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단어는 다름 아닌 ‘품격’이었다.
피천득의 ‘파격의 미’를 언급하며 시작한 글은, 파격을 단순한 변칙이 아닌 정서의 중심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파열 없는 구조는 무미하고, 틈 없는 아름다움은 감정을 밀어낸다”는 문장은 철학적 단단함을 지녔다.
이는 경제학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완벽한 효율만을 추구하는 체계는 종종 인간의 불완전성을 무시하고, 오히려 지속가능성을 잃는다. 경제의 균형도 정렬된 수치가 아니라, 오차 범위 속에서 인간답게 숨 쉬는 여유에서 나온다.
평론가의 시선은 사람 사이의 관계로 자연스럽게 흐른다. “모든 것을 빼곡히 채운 관계는 언젠가 숨이 막히고 곪아 터진다”는 말은, 오늘날 피로사회 속에서 병든 인간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과잉 친밀과 불필요한 감정의 중첩 속에서, 관계는 오히려 본래의 따뜻함을 잃는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현대인의 숨구멍과도 같다. 누구나 감히 말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그 진실 ― 거리를 둔 관계 속의 진정성 ― 을 고요히 꺼내 보인다.
연잎 한 장의 비틀림은 이 수필의 상징이자 핵심 은유다. 김왕식 평론가는 그 미세한 기울임을 ‘존재의 깊이’로 끌어올린다. “삶은 마감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문장은, 어떤 휘황한 결론보다 울림이 크다. 인생은 결국 완성보다는 과정이며, 곡선보다는 단절이며, 중심보다 주변의 연잎 한 장에서 인간다움을 배운다.
나는 이 수필을 읽으며, 우리 학문세계도 너무 많은 것을 채우려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 글은 채움보다 중요한 것이 비움이며, 응축보다 의미 있는 것이 여백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완벽함은 위대할 수는 있어도, 감동은 되지 못한다. 감동은 항상 틈에서, 불균형에서,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이제 나도 오늘 하루 비틀린 연잎 하나처럼 살고 싶다. 서툴더라도 정직하게, 불완전하더라도 따뜻하게.
그것이 이 수필이 내게 가르쳐준 삶의 품격이다.
― 김철삼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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