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노을 속에 스며든 자아의 시학 ― 윤소당 이미옥 시인의 '노을과 나'를 읽고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노을 속에 스며든 자아의 시학 ― 윤소당 이미옥 시인의 '노을과 나'를 읽고 2025.07.07
노을 속에 스며든 자아의 시학 ― 윤소당 이미옥 시인의 '노을과 나'를 읽고

□ 윤소당 이미옥 시인

노을과 나

시인 윤소당 이미옥

파랑에 붉은색을 얹으면

저 색깔이 될까

모두가 잠든 세상에서 밤으로만 걷는

달빛은 모를 거야

뛰는 가슴 멈추게 하는

수평선의 까치놀은

대낮에 춤추던 사람들이 남기고 간

마지막 생의 이야기

환영 幻影의 길목에서

내 안의 전설을 아무리 엮어내도

그게 노을이 됨을

해 뜰 때는알수없었지

밤을 꼬박 새운 것은

해가 빠져버린 고독이 아니라

황혼이 데려가는 노을이

나란 사실이었기 때문이야

노을 속에 스며든 자아의 시학

― 윤소당 이미옥 시인의 ‘노을과 나’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윤소당 이미옥 시인은 시와 삶의 간극을 허무는 드문 작가이다. 그에게 시는 단순한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 스스로 떠오르는 진실의 발현이며, 그것은 곧 그의 존재 방식이다. ‘노을과 나’는 그 진실이 붉은 물빛처럼 천천히 독자의 마음에 스며드는 작품이다.

첫 연의 “파랑에 붉은색을 얹으면 / 저 색깔이 될까”라는 물음은 단순한 색채의 조합을 넘어, 감정과 시간, 존재와 변화를 아우르는 상징적 사유의 문이다. 파랑은 낮, 붉음은 저녁을 뜻하며, 이 두 색의 겹침은 곧 ‘노을’이라는 시간의 전이를 암시한다. “모두가 잠든 세상에서 밤으로만 걷는 / 달빛은 모를 거야”라는 구절은 밤의 정적과 대비되는 노을의 격정, 그리고 그것을 아는 이는 삶을 통과한 자뿐임을 암시한다.

이로써 시인은 단순한 자연 묘사에서 벗어나, ‘노을’을 존재의 자각이 일어나는 경계의 시공간으로 전환시킨다.

이어지는 2연에서는 “수평선의 까치놀”이란 시각적 이미지로 노을의 전율을 포착한다. “뛰는 가슴 멈추게 하는” 이 장면은 삶의 소란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고요 속에서 드러나는 마지막 생의 환영으로 변모한다.

여기서 노을은 더 이상 자연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대낮에 춤추던 사람들이 남기고 간 / 마지막 생의 이야기”로, 존재의 흔적, 삶의 epilogue이자 사색의 장으로 해석된다.

3연에서 “내 안의 전설을 아무리 엮어내도 / 그게 노을이 됨을 / 해 뜰 때는 알 수 없었지”라는 대목은 시적 자아의 성찰을 드러낸다. 삶을 살아내며 쌓은 모든 기억과 환영幻影이 결국 노을로 귀결된다는 깨달음,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시간 속에서는 감지되지 않는다.

이는 일종의 ‘지연된 자각’이며, 작가가 시를 통해 추구하는 시간 철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마지막 연은 시의 핵심이자 정수精髓다. “밤을 꼬박 새운 것은 / 해가 빠져버린 고독이 아니라 / 황혼이 데려가는 노을이 / 나란 사실이었기 때문이야.” 여기서 노을은 외부의 장면이 아니라 시적 자아 그 자체로 변환된다. 해가 지는 고독이 아니라, 자신이 바로 그 지는 빛임을 인식하는 순간, 존재는 가장 깊은 아름다움과 고요함으로 도달한다.

이것은 윤소당 시인의 시적 정체성과도 직결된다. 그는 항상 자신을 시의 피사체가 아니라 광원으로 놓는다. 그래서 그의 시는 등불이 아니라, 노을 그 자체인 것이다.

그의 문학은 흔히 말하는 감성 중심의 서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존재론적 깊이를 지닌 시적 철학을 구현한다. 시를 짓는 손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고, 그 마음은 상처를 숨기지 않으며, 생을 은은하게 감싸는 빛으로 승화된다.

윤소당 이미옥 시인은 시인이기 전에 ‘시 그 자체’로 존재하는 드문 예다. 그의 시에는 형식의 기교보다, 삶의 정직한 투명함이 먼저 자리한다. 그것이 곧 고품격 시인의 표식이다.

‘노을과 나’는 한 시인의 철학이 붉은 노을에 기댄 고요한 고백이자, 독자의 내면에 투사되는 조용한 울림이다.

이 한 편의 시가 증명하듯, 윤소당 이미옥의 문학은 화려한 수사보다 맑고 깊은 진심의 향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시는 마음의 거울이라고 했다. 윤소당 이미옥의 시는, 거울 너머에서 그 거울을 만든 이의 영혼까지 비추는, 진실한 빛을 품고 있다.

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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