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그대라는 아침, 안혜초 시인께 드리는 헌사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그대라는 아침, 안혜초 시인께 드리는 헌사 2025.07.12
그대라는 아침, 안혜초 시인께 드리는 헌사

□ 안혜초 시인의 망중한

그대라는 아침, 안혜초 시인께 드리는 헌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어느 하루가 특별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오늘은 시간의 가장 섬세한 자리에서 피어난 시 한 줄이, 생의 문턱마다 여린 빛을 드리우며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등불이 되어온 날이다. 오늘은 안혜초 시인께서 이 땅에 씨앗으로 심겨진 날, 한 생애가 문학으로 싹을 틔운 날이다. 그러니 이 하루를, 우리는 ‘그대의 아침’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당신은 언제나 ‘그 여자의 아침’처럼 오셨다. 고요한 새벽 다섯 시 반쯤, 사람들의 무의식이 아직 잠들어 있을 때 홀로 깨어 단어를 씻고 문장을 길러내는 삶. 그것은 삶을 짓는 자의 몫이요,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사람만이 걸을 수 있는 고요한 숲길이다. 시인께서는 그 길을 외롭지 않게 걸으셨고, 들꽃 하나, 빗방울 하나, 낙엽 한 장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으며, 말 없는 것들에 이름을 부여하고 그리움을 담아내셨다.

당신의 시는 늘 ‘머물러 있는 시간’에 새 숨을 불어넣는다. 이미 흘러가버린 것들을 불러내고, 잊힌 사물의 그늘에 온기를 심는다. 그런 당신의 문장은 마치 오래된 골목 끝 벽에 기대어 선 채 속삭이는 바람 같다. 직접 말하진 않지만, 그 속삭임을 듣는 순간 삶은 더는 예전 같을 수 없다. 시인이기 이전에, 존재를 품는 그릇이 되어버린 당신이기에 가능한 기적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각자의 예술이다. 시인께서는 생의 사소한 순간들을 모아 영원의 문을 두드리는 글쓰기를 하셨다. 사람들은 그것을 ‘시’라 부르고, 우리는 그 시를 ‘위로’라 부른다. 당신의 시 속에는 맑은 냇물처럼 흐르는 마음이 있고, 가시덤불에 찔린 날들을 조용히 감싸는 약초의 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시를 읽을 때마다, 더는 괜찮지 않았던 날들이 조금은 괜찮아지는 기적을 경험한다.

꽃으로 말하면 당신은 백합이다. 정결하고 단정하여 눈부시지도 않으나, 고개를 숙인 채 맑은 향기를 피워내는 존재. 말보다 침묵이, 언성보다 숨결이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분. 수많은 작가가 불을 피울 때, 시인께서는 촛불을 켜듯 조용히 시를 밝혀오셨다. 그래서 당신의 시는 오래 기억되고, 당신의 생은 한 편의 시 그 자체다.

이제 우리는 말해야 한다. 시인 한 사람이 이 시대를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안혜초 시인께서 걸어온 문학의 시간은 그 자체로 우리가 믿어야 할 품격의 증명이었다. 결코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하게, 잎사귀에 스민 빗물처럼 고요하게 세상을 적셔온 존재. 그대는 단지 시인이 아니라, 시가 머무는 사람이다.

오늘, 그대가 세상에 오신 날. 당신의 탄생은 단지 한 사람의 시작이 아니라, 수많은 이의 마음에 촛불을 하나씩 켜는 일의 시작이었다. 문학이라는 이름의 정원에 백색의 향기를 피워오신 안혜초 시인께,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다해 이 아침을 헌정한다.

그대는 여전히 빛나는 아침이다.

ㅡ 청람 김왕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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