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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남순대 작가의 「탐색」 ― 생의 허무를 품은 언어의 성찰, 그 투명한 침묵의 미학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시조시인 남순대 작가의 「탐색」 ― 생의 허무를 품은 언어의 성찰, 그 투명한 침묵의 미학 2025.07.15
시조시인 남순대 작가의 「탐색」 ― 생의 허무를 품은 언어의 성찰, 그 투명한 침묵의 미학

탐색

시조시인 남순대

우듬지에 이우는 정적, 하얗게 추억만 남고

지난여름 우짖던 새의 문( )도 여직 남아

반음씩 내려앉으며 잎새들을 지워간다.

인연도 강줄기 하나 저리 멀리 풀어놓고

발치 어린 열매 애면글면 품어 안고서

또다시 가야 할 길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영혼이 빠져나갈수록 줄어드는 생애의 무게

씻기는 시간들의 다홍빛 풍장 사이로

하늘은 투명한 연못, 새 그림자 키워낸다.

시조시인 남순대 작가의 「탐색」

― 생의 허무를 품은 언어의 성찰, 그 투명한 침묵의 미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남순대 시인의 시조 「탐색」은 정적과 여운의 미학을 바탕으로 존재의 유한성을 껴안고 그것을 언어로 탐색해 나간 절제된 예술의 결정체다.

1998년, 중앙일보 시조지상백일장 연말장원으로 문단에 정식 발을 들인 그의 등단작이자 대표작인 이 작품은, 시인의 삶과 문학의 궤적을 압축해 보여주는 귀한 서사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시조 「탐색」은 표면적으로는 계절의 이행과 자연의 순환을 따르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인연과 단절 사이에서 끊임없이 사유하는 시인의 영혼의 진폭이 숨어 있다. 첫 수의 “우듬지에 이우는 정적”은 한 생애의 후반, 고요가 스며드는 장면을 탁월하게 형상화한다. 여기서의 정적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사라져 버린 시간의 여백에 남겨진 ‘하얀 추억’의 잔향이다. ‘지난여름 우짖던 새의 문(門)’은 시간의 경계선이자, 정서의 문턱을 상징하며, 그 문이 여전히 닫히지 않은 채 존재의 지평 너머로 시인을 이끈다.

중장에서는 삶과 인연에 대한 시인의 성찰이 더욱 깊어진다. “인연도 강줄기 하나 저리 멀리 풀어놓고”라는 표현은 인연의 연속성이 아닌, 흐름 속의 이탈을 담담히 수용하는 평정한 심경을 드러낸다. 그러나 “발치 어린 열매 애면글면 품어 안고서”라는 구절에서 시인은 여전히 남겨진 것들을 품으며, 살아 있음의 의무를 조용히 감당하고 있다. 이때의 ‘애면글면’은 단순한 집착이 아니라, 삶의 끝까지 온기를 전하려는 시인의 인간적인 애틋함이다.

말미로 갈수록 시는 영혼의 무게를 이야기한다. “영혼이 빠져나갈수록 줄어드는 생애의 무게”는 죽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마저도 투명한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고요한 수긍이다. 특히 ‘다홍빛 풍장’이라는 표현은 시간 속에 씻기듯 사라지는 삶을 찬란한 빛으로 승화시키며, 비극이 아닌 축제의 전환으로 삶의 마지막 장면을 재구성한다. 마지막 “하늘은 투명한 연못, 새 그림자 키워낸다”는 종장은 생의 끝에서 비로소 도달한 무념의 경지를 상징한다. 시인은 더 이상 고통이나 집착에 머물지 않고, 자연의 심연으로 돌아가 시와 존재의 본질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

남순대 시인은 대구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학과를 졸업한 후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조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문학에 임하는 그의 태도는 일찍부터 곧고 치열했으며, 그것은 그의 작품 전반에서 드러나는 고요하지만 단단한 시적 밀도로 증명된다. 가족으로는 딸 남주원이 있으며, 생의 다짐처럼 무르익은 언어를 문학이라는 그릇에 조용히 담아내는 그의 모습은, 스스로 삶을 겸허히 마주하고 문학을 숨처럼 쉬어온 작가의 철학을 보여준다.

그의 시에는 군더더기 없는 정제된 언어가 있다. 과장된 수사 대신 침묵과 절제의 미학을 택하며, 웅변이 아니라 시선과 숨결로 세계를 응시한다. 「탐색」은 그런 남순대 시인의 정신적 뿌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것은 마치 잎새 하나를 떨구며, 자기 몸을 비워가는 나무의 자세와도 닮아 있다.

이 시는 단지 등단작이라는 의미를 넘어, 시인의 생애를 꿰뚫는 하나의 영적 자화상이자, 문학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조용히 말해주는 삶의 진혼가다.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한 생애의 무게와 침묵이 고요히 스며든 이 작품은, 시조가 지닌 본래의 깊이와 가능성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정결한 수작秀作이다.

이 한 편의 시조 속엔, 삶의 고통도, 아름다움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조하는 고요한 눈빛도 함께 담겨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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