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훈민정음 나래 펼쳐' ― 한글에 깃든 혼백과 시인의 언어 미학, 김달호 시의 문명적 울림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훈민정음 나래 펼쳐' ― 한글에 깃든 혼백과 시인의 언어 미학, 김달호 시의 문명적 울림 2025.07.17
'훈민정음 나래 펼쳐' ― 한글에 깃든 혼백과 시인의 언어 미학, 김달호 시의 문명적 울림

훈민정음 나래 펼쳐

시인 김달호

한민족 희로애락 담아온 훈민정음

세상의 모든 소리 어울린 춤마당에

소리옷 색동무늬가

하늘 온통 수놓는다

반만년 삶의 무늬

문신으로 새겨놓고

유네스코 문화유산

담뿍 품어 내는 화음

한 말 글 세계속에서

웅장한 별이된다

지구촌 뒷골목엔

제 글 없는 말~이 많고

영혼없는 말~만 남아

민족혼도 시드는데

한글이

웅장한 나래 펼쳐

글 없는 말~ 보듬는다.

훈민정음 나래 펼쳐

― 한글에 깃든 혼백과 시인의 언어 미학, 김달호 시의 문명적 울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달호 시인의 ‘훈민정음 나래 펼쳐’는 단순한 한글 예찬의 차원을 넘어, 민족의 언어가 지닌 철학적 깊이와 문화적 위상을 시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시인은 한글을 문자 이전의 혼, 곧 민족의 심장에서 길어올린 숨결로 바라보며, 그 숨결이 다시 말이 되고 글이 되어 세상과 만나는 과정을 정제된 시어로 형상화한다. 이 시는 김달호 시인이 평생 추구해온 가치, 즉 ‘민족의 뿌리에서 시작된 언어와 예술이 어떻게 세계 속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응답이자 선언이다.

첫 연 “한민족 희로애락喜怒哀樂 담아온 훈민정음”은 언어를 단지 소통의 도구가 아닌 정서의 저장소로 설정하며, 한글이 민족의 삶과 정체성을 담는 ‘그릇’임을 밝힌다. “소리옷 색동무늬가 / 하늘 온통 수놓는다”는 구절은 문자로서의 한글이 시각적 형상성과 감각적 아름다움까지 갖춘 예술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시인은 훈민정음을 무형의 소리에서 유형의 이미지로 확장시켜, 언어의 예술적 차원을 조형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한다.

“반만년 삶의 무늬 / 문신으로 새겨놓고”라는 시구는 김달호 시인의 문학적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언어를 육화된 정신으로 인식한다. 한글은 단지 기록의 수단이 아니라, 반만 년에 걸쳐 살아온 민족의 상흔과 기쁨, 그 모든 굴곡을 ‘문신처럼’ 새긴 존재다.

이 문장은 시인의 삶의 철학, 즉 문학이란 곧 민족의 생채기를 품는 일이자, 존재의 근원과 연결되는 신성한 행위라는 신념을 담고 있다.

중반부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 담뿍 품어 내는 화음”은 훈민정음의 세계적 가치를 환기시키며, 한글이 단지 한국인의 것이 아니라, 세계 문화에 기여하는 보편적 유산임을 강조한다. 이때 ‘화음’이라는 시어는 언어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조화를 만들어내는 기능을 상징한다. 김달호 시인의 언어관은 이처럼 화합과 공존을 향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는 서정에서 문명비판적 성찰로 확장된다. “지구촌 뒷골목엔 / 제 글 없는 말만 남아 / 민족혼도 시드는데”라는 구절은 글로벌 문명 속에서 고유 언어를 잃은 수많은 민족들의 언어적 상실을 애도하며, 나아가 말이 있으나 그에 깃든 정신과 혼이 부재한 현대 언어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마지막 연에서 “한글이 / 웅장한 나래 펼쳐 / 글 없는 말~ 보듬는다”는 시인은 한글을 다시금 구원의 이미지로 세운다. 한글은 말과 혼이 분리된 세계 속에서 말의 뿌리를 품고, 정신을 되살리는 회복의 언어이다.

이 대목은 단순한 문학적 수사를 넘어, 한글을 통해 인간성과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시인의 확신이 녹아 있다.

김달호 시인의 작품 미의식은 ‘언어는 존재다’라는 명제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곧 혼이 사라지는 일이며, 한글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라 믿는다.

시인은 한글을 통해 공동체의 영혼을 보듬고자 하며, 그 중심엔 항상 ‘시’가 있다.

요컨대, ‘훈민정음 나래 펼쳐’는 시인의 오랜 문학적 성찰과 민족적 자부심, 그리고 인류 문명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시인은 한글을 단지 역사적 상징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언어 위기와 맞물려 살아 숨 쉬는 존재로서 불러내며, 글과 말이 이별하지 않도록 품고 지키는 시적 사명을 다한다.

이 시는 민족어의 미학과 철학을 가장 온전하게 품은 언어 예찬이자, 김달호 시인의 생애적 문학정신이 정수로 농축된 한 편의 웅대한 서사시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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