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계, 멈추지 않는 마음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낡은 시계, 멈추지 않는 마음 202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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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시계, 멈추지 않는 마음
청람 김왕식
책상 위에 오래된 시계 하나가 놓여 있다.
한때는 반짝이던 금속 테두리도 바래고, 유리에는 미세한 흠집이 가득하다.
초침은 가끔씩 멈칫거리며 움직인다.
멈춘 듯 보여도, 그 낡은 시계는 여전히 시간을 새겨내고 있다.
사람들은 낡은 것을 대개 쓸모없다고 여긴다.
새 시계는 정확하고, 보기에도 좋다.
낡은 시계에는 새 시계가 갖지 못한 무게가 있다.
그 바래진 숫자판에는 함께 보낸 세월이 켜켜이 묻어 있고, 흠집마다 이야기가 숨어 있다.
낡았기에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낡았기에 의미가 깊다.
시계는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을 증언한다.
아침의 분주함도, 한낮의 소란도, 저녁의 고요도 모두 시계 속에서 지나간다.
그 속에 담긴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웃고 울며 살아온 하루하루를 고스란히 기록한다.
낡은 시계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살아온 날들의 증인이다.
인생 또한 그러하다.
젊을 땐 힘차게 움직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걸음이 더뎌지고 마음에도 흠집이 난다.
그것이 곧 멈춤을 뜻하지는 않는다.
느려졌어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낡은 몸과 마음은 시간을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삶의 흔적이 주름과 기억 속에 새겨지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낸 사람이 된다.
시계가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힘겹게라도, 불완전하게라도, 초침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그 한 걸음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한 해가 되고, 한 생애가 된다.
우리의 마음도 그러하다.
넘어지고, 멈칫거리며 흔들려도, 결국은 다시 앞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낡은 시계 앞에 앉아 있으면 묘한 평안이 찾아온다.
정확한 숫자를 알지 못해도, 그 똑딱임만으로 충분하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곁에서 말없이 숨결을 나누는 듯하다.
그 고른 울림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가고 있다.”
삶은 늘 새로움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래된 것, 낡은 것 속에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이 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세월의 흔적은 무의미하지 않다.
그 흔적이야말로 변하지 않는 마음,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증명한다.
언젠가 시계가 완전히 멈출 때가 올 것이다.
그 순간조차 헛되지 않다.
그 시계가 새겨온 모든 시간이 이미 누군가의 삶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언젠가 멈추겠지만, 살아온 흔적은 다른 이들의 마음속에 남는다.
낡은 시계가 증언자가 되듯, 우리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움직일 것이다.
낡은 시계는 우리에게 말없이 일러준다. 멈춤 같은 순간에도, 마음은 여전히 시간을 새기고 있음을.
그 마음이 곧 살아 있음의 증거이고, 사랑이 이어지는 길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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