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빚처럼 돌아온다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말은 빚처럼 돌아온다 2025.09.22
■
말은 빚처럼 돌아온다
말은 공기 속에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시간에 기록되는 채권과 같다. 오늘 던진 말은 즉시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상대의 마음에 ‘외상 장부’처럼 적힌다. 언젠가 상황이 무르익으면, 그 말은 이자까지 붙어 나에게 돌아온다. 말은 빚처럼 돌아온다.
좋은 말은 이자가 붙어 돌아온다. 따뜻하게 건넨 위로, 힘을 북돋운 격려, 존중이 담긴 호칭은 곧바로 잊히는 듯해도 마음속에 남아 언젠가 돌려받는다. 한마디 친절한 말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뜻밖의 순간에 신뢰와 호의로 되돌아온다. 이는 마치 작은 이자를 붙여 이익으로 돌아오는 착한 빚과 같다.
나쁜 말도 빚처럼 되돌아온다. 순간의 분노에 던진 말, 남을 낮추려 한 비아냥, 함부로 내뱉은 독한 말은 그때는 금세 사라지는 듯하다. 그것은 상대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상처가 되고, 시간이 흐른 뒤 불신과 냉대로 상환된다. 나쁜 말은 언제나 고통의 이자를 붙여 돌려받는 나쁜 빚이다.
말이 빚처럼 돌아온다는 사실은 관계의 장부에서 분명해진다. 같은 사람에게 반복해서 들은 말은 일종의 누적된 빚이 된다. 늘 고마운 말을 건네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신뢰라는 자산을 쌓고, 늘 차가운 말을 던지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불신이라는 채무를 떠안는다. 결국 말의 축적이 인생의 신용도를 결정한다.
역사를 보아도 말의 빚은 늘 상환되었다. 선동과 모욕으로 사람들을 움직인 자는 결국 그 말의 업보를 받았고, 진심 어린 호소와 약속을 한 자는 세월이 흘러도 존경을 받았다. 칼과 권력보다 오래 남은 것은 결국 말의 빚이었다. 말은 반드시 채권자처럼 찾아와, 그 대가를 요구한다.
오늘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직장에서 상사가 무심코 던진 모욕적인 말은 부하 직원의 기억 속에 남아 언젠가 태도의 냉담으로 돌아온다. 반면, 따뜻한 격려 한마디는 시간이 흐른 뒤 예상치 못한 충성심과 협력으로 상환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날카로운 말은 자녀의 마음에 오랫동안 빚처럼 남고, 부모의 따뜻한 말은 평생의 신뢰로 돌아온다.
말을 빚처럼 생각하면 언어를 조심하게 된다. 내가 지금 내뱉는 말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형태로 돌아올지 상상해 본다면, 말은 함부로 흘려보낼 수 없다. 말은 당장의 쾌락이나 분노를 풀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의 장래에 영향을 미칠 채무이기 때문이다.
ㅡ청람 김왕식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