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민병일 시인의 시 '새벽 해변' ― 바다의 숨결로 다듬은 존재의 기도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민병일 시인의 시 '새벽 해변' ― 바다의 숨결로 다듬은 존재의 기도 2025.10.09
민병일 시인의 시 '새벽 해변' ― 바다의 숨결로 다듬은 존재의 기도

새벽 해변

시인 민병일

해변가 고동소리 밀려오는 포말 따라 부서지고

여명을 여는 먼동은 고요 속에 새벽을 가르는데

아직도 청돌은 물속에서 생각을 헹구고 있다

잠 깨운 찬바람은 해변에 나래를 접고 앉았는데

자욱한 아침 안개 속에 수평선도 가까워지면

넉넉한 해변 둘레 길은 희망을 짓는 시간이다

이른 아침 중보기도로 다듬질하는 간절함 속에

깊은 곳에 숨어있는 슬픈 불안 떨쳐 버리고

청명한 영혼은 바다를 질러 평안을 찾아온다

민병일 시인

1997 「한국디자인포럼」 예술비평, 2010 「부산시선」

2019 「한국시학」 시 등단.

부산시문화상,

봉생문화상,

해운대문학상,

시원문학상 등 수상.

저서 :

『박학한무지』 외 다수.

<셋>동인.

한국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한국시인연대,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민병일 시인의 시 ‘새벽 해변’

― 바다의 숨결로 다듬은 존재의 기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민병일 시인의 시 세계는 정제된 언어 속에 깃든 ‘영혼의 절제미’로 요약된다. 그는 새벽의 고요를 빌려 삶의 이면을 비추고, 바다의 수평선 위에서 인간 내면의 질서를 세운다.

시 ‘새벽 해변’은 단순한 자연의 서정이 아니라, 영혼을 다듬는 의식이자 하루를 여는 기도의 시학詩學이다.

시인은 ‘바닷쪽으로 창이 달린 서가’에서 삶을 묵상하며, 일상의 시작을 ‘중보기도’로 여는 사람이다. 그의 시에는 지식인의 명료함과 구도자의 경건함이 함께 있다.

첫 연의

“해변가 고동소리 밀려오는 포말 따라 부서지고 / 여명을 여는 먼동은 고요 속에 새벽을 가르는데”는 시인의 내면이 깨어나는 찰나刹那를 정밀하게 포착한다.

해변의 고동소리는 생명의 첫 울림이며, 여명黎明은 그가 맞이하는 하루의 새 출발이다.

민병일 시인은 이 장면을 감상으로 흐르지 않게 붙잡는다. 그는 새벽의 고요를 감정이 아니라 ‘사유의 시점’으로 세운다.

“청돌은 물속에서 생각을 헹구고 있다”는 구절은 그의 존재 철학을 상징한다. 지식과 사념思念으로 더럽혀진 정신을 새벽의 물로 씻어내려는 ‘사유의 정화’가 이 시의 중심 정조情調다.

둘째 연에서

“자욱한 아침 안개 속에 수평선도 가까워지면 / 넉넉한 해변 둘레 길은 희망을 짓는 시간이다”는 구절은 시인의 미의식을 드러낸다.

그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안개가 걷히며 드러나는 수평선처럼, 삶의 불안도 결국 투명함으로 나아간다는 믿음이다.

‘희망을 짓는다’는 표현은 조용하지만 강력하다. 시인의 언어는 요란한 선언이 아니라, 침묵 속에 새겨진 결심이다.

셋째 연의

“이른 아침 중보기도로 다듬질하는 간절함 속에 / 깊은 곳에 숨어있는 슬픈 불안 떨쳐 버리고”에서 그는 신앙의 실천을 ‘시의 윤리’로 삼는다.

그에게 기도는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존재를 다시 세우는 정화의 행위다.

마지막 행

“청명한 영혼은 바다를 질러 평안을 찾아온다”는 그의 시적 궁극을 드러낸다. 이 평안은 외부의 안락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균형을 회복한 자만이 얻는 영적 평화다.

민병일 시인 시의 미의식은 절제와 투명함 속에서 완성된다. 그는 사물을 그리되 사물에 머물지 않고, 자연을 노래하되 자연 너머의 질서를 본다. 그의 언어는 장식보다 침묵을 선택하고, 의미의 과잉보다 리듬의 정적을 선호한다.

이러한 언어의 간결함은 그의 오랜 예술비평가적 훈련에서 비롯된 정신의 긴장이다. 지식인으로서의 통찰과 시인으로서의 감성이 조화된 드문 균형감이 이 시의 품격을 높인다.

그의 삶의 가치철학은 ‘반성과 용납의 너그러움’에 있다. 새벽 해변을 거닐며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파편 속에서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태도, 그것이 그의 존재 방식이다. 그는 인생을 완성의 과정으로 보지 않는다. 매일의 새벽마다 다시 태어나는 미완의 순례로 이해한다.

요컨대, 그의 시 ‘새벽 해변’은 한 시인의 내면일기이자, 모든 인간이 찾아야 할 새벽의 문장이다. 고요 속에서 희망을 짓고, 불안 속에서 평안을 이끌어어 올린 이 시는 바다보다 넓은 정신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 민병일 시인의 새벽은 단순한 시간의 경계가 아니라, 삶을 정화하는 영혼의 기도이며, 그 기도 속에 ‘존재의 품격’이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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