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위로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고요한 위로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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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위로
청람 김왕식
사람의 마음에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는 늘 잔잔하지만, 어느 날은 이유 없이 물결이 거칠어진다. 햇빛이 비치지 않아 어둡고, 파도는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마음이 복잡하다”고 부르는 순간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괜히 슬프고,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자신을 다그치지 말아야 한다. 마음의 날씨는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게 두는 것이다.
우울은 결함이 아니라, 감정이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봄이 오기 전에 겨울이 꼭 필요하듯, 마음도 고요히 얼어붙는 시기가 있어야 다음 계절의 꽃이 피어난다. 우리는 늘 밝고, 명랑하고, 강해야 한다는 사회의 기대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흔들리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라. 외려 그 흔들림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다. 달이 차오르기 전엔 반드시 그믐이 있고, 아침이 오기 전엔 어둠이 짙어지듯, 지금의 고요한 침잠은 새로운 빛을 예비하는 과정일 뿐이다.
마음이 무거울 때는 생각을 멈추고, 감각으로 돌아가야 한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어 보라. 공기 한 모금에도 생명이 스며 있고, 바람 한 줄기에도 위로가 깃들어 있다.
차 한 잔을 끓이고, 그 온기를 두 손으로 감싸 쥐어라. 그 온도는 단지 물의 열이 아니라, 당신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당신의 자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를 부러워하거나, 과거의 자신을 그리워하지 말라. 오늘의 당신은 그 모든 시간의 결실이다. 눈물로 흘러간 날들이 지금의 깊이를 만들었고, 실망과 후회는 당신을 조금 더 다정한 사람으로 빚어놓았다. 완벽하지 않기에 인간은 아름답다. 균열이 있기 때문에 빛은 스며든다. 그 균열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 틈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을 맞이하라. 그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세상은 요란하게 우리에게 행복을 강요하지만, 진짜 행복은 조용히 피어난다. 은은한 차향처럼, 빗소리처럼, 오래된 친구의 미소처럼 다가온다. 행복이란 ‘무엇을 더 갖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이다.
오늘 숨 쉴 수 있음이,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음이, 아직 마음이 흔들릴 수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것은 당신이 여전히 살아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증거다.
어쩌면 지금의 슬픔은 당신을 더 큰 사랑으로 이끌기 위한 준비일지 모른다. 세상은 잔혹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은총이 숨어 있다. 삶은 우리를 부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넓게 품기 위해 우리를 다듬고 있다. 그러니 자신을 원망하지 말고, 잠시 세상의 소음을 끄고,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라. 그 안에는 여전히 빛나는 존재가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인생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숨결 속에 있다. 당신이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세상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고, 삶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
그러니 오늘만은 자신을 다그치지 말자. 잠시 창문을 열고 바람을 들이고, 작은 미소 하나로 하루를 시작하라. 그 미소는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당신의 마음을 조용히 밝혀줄 것이다. 그 한 줄기 빛이 다시 당신을 세상으로 이끌 것이다.
그리고 기억하라.
바다는 결코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
잠시 흔들릴 뿐, 언제나 다시 고요로 돌아온다.
당신의 마음도 그렇다.
지금의 파도 끝에서, 다시 평온이 찾아올 것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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