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강병철 시인의 시 '구름 따라잡기' ㅡ하늘과 바다의 순환, 그 깨달음의 시학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강병철 시인의 시 '구름 따라잡기' ㅡ하늘과 바다의 순환, 그 깨달음의 시학 2025.10.10
강병철 시인의 시 '구름 따라잡기' ㅡ하늘과 바다의 순환, 그 깨달음의 시학

□ 강병철 시인

구름 따라잡기

시인 강병철

수천 깃을 세워 허공에 날며 내려다본다

날개 아래 펼쳐진 세상은

모두 나의 것

부러울 것 무엇이랴

날개를 뻗어 더 많은 것들을 끌어당긴다

양 떼가 되었다가

코끼리 떼로 부풀어 올라

이제 더는 날 수 없는 몸

모두 버리고 하늘을 떠나야만 할 때

주룩주룩 눈물이 흐른다

죄다 내려놓고 실컷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어린 초목들의 등을 토닥이고

목마른 산야를 돌고 돌아

바다의 품에 안긴다

한 방울의 물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신은 그에게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가벼운 날개를 달아 주었다.

□강병철 시인이 한국세계문학협회 창립 회장으로 한 줄 시에 대하여 발표하고 있다.

강병철 시인은 시인이자 소설가, 정치학 박사로서 학문과 문학, 인권과 평화의 영역을 아우르며 활동해왔다. 1993년 제주문인협회 신인문학상(소설 부문)으로 문단에 입문한 뒤, 2016년 《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그는 제33·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 및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며, 세계 문학인의 인권 보호와 표현의 자유 수호에 기여했다. 특히 위구르족 작가 누르무헴메트 야신의 작품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해 《펜문학》에 소개하며 국제적 공감을 이끌었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제주를 중심으로 한 해양문학의 정체성과 국제적 교류를 확장시켰으며,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하며 시단에서도 그 예술성과 철학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시와 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해외 문학지에 게재되었고, 2023년에는 한영시집 『대나무 숲의 소리』와 소설집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를 출간하며 문학적 깊이를 더했다.

현재 그는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재직하며, 세계 각국의 시를 번역·소개하는 칼럼 「세계시선(詩選)」을 연재 중이다. 학자적 통찰과 시인의 감성을 겸비한 그는, 한국 문학의 품격을 세계에 알리는 대표적 지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늘과 바다의 순환, 그 깨달음의 시학

― 강병철 시인의 ‘구름 따라잡기’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강병철 시인의 ‘구름 따라잡기’는 단순히 자연의 한 장면을 묘사한 서정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오만과 구원의 노정, 그리고 존재의 근원으로 되돌아가는 생태적 순환을 관통하는 철학시다. 시인은 구름의 생로병사를 통해 인간이 잃어버린 ‘가벼움의 윤리’를 복원한다. 허공을 나는 구름의 시점에서 시작해, 바다로 돌아가는 한 방울의 물로 끝맺는 이 시는 곧 인간의 삶이 지나가는 길, 즉 교만에서 비움으로, 소유에서 자유로 이르는 정신적 순례를 상징한다.

“수천 깃을 세워 허공에 날며 내려다본다”는 첫 구절은 시인의 사유가 날아오르는 순간이다. 구름은 단지 자연의 현상이 아니라, 높이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는 인간의 오만한 자아의 은유다.

정치학자이자 교수, 그리고 문인으로 살아온 강병철 시인은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를 누구보다 깊이 탐구한 학자다. 그 경험이 이 시에서 “날개 아래 펼쳐진 세상은 모두 나의 것”이라는 구절로 응축된다. 시인은 그 오만을 미화하지 않는다.

외려 그 정점에서부터 붕괴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통찰한다. “날개를 뻗어 더 많은 것들을 끌어당긴다”는 구절은 현대 문명이 가진 팽창의 본능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욕망은 처음엔 가벼운 깃털처럼 시작되지만, 결국 코끼리 떼처럼 무거워져 스스로를 짓누른다. “이제 더는 날 수 없는 몸”이라는 표현은 인간 문명의 자기파괴를 상징한다. 그러나 강병철 시인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놓지 않는다.

“모두 버리고 하늘을 떠나야만 할 때 주룩주룩 눈물이 흐른다.” 이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그것은 정화와 해방의 눈물이며, 오만의 껍질을 벗긴 후 남는 순수의 눈물이다. 모든 것을 비워낸 후 찾아오는 “속이 후련하다”는 한 구절은 불교의 공(空)사상, 기독교의 회개의 눈물, 도가의 무위(無爲)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시의 후반부는 생태적 회귀의 노래로 전환된다. “어린 초목들의 등을 토닥이고 목마른 산야를 돌고 돌아 바다의 품에 안긴다.” 구름이 비로 변해 초목을 적시고, 강이 되어 바다로 돌아가듯 인간 또한 자연의 한 방울로 귀의한다.

강병철 시인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되돌려 놓으며, 인간 중심의 오만한 세계관을 해체한다.

“한 방울의 물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신은 그에게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가벼운 날개를 달아 주었다.” 이 마지막 구절은 시의 철학적 정점을 이룬다. 비로소 비워낸 자만이 날 수 있다. 내려놓음이 곧 상승임을 깨닫는 역설, 그것이 바로 강병철 시학의 핵심이다.

이러한 통찰은 그의 생애와 맞닿아 있다. 그는 정치학 박사이자 국제정치 연구자이며, 동시에 시인이자 소설가이다. 제주문학협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이래, 학문과 예술, 사상과 감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학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탐색해왔다. 국제펜클럽 인권위원으로 활동하며, 억압받는 작가들의 자유를 옹호한 그의 행보는 ‘구름 따라잡기’의 윤리적 배경을 이룬다. 구름처럼 높이 오르되, 결국 바다로 돌아가는 존재의 순환을 믿는 그는, 권력보다 자유를, 소유보다 평화를 택한 인문주의자다.

그의 시는 또한 세계로 나아갔다. 2023년, 강병철 시인은 중국 ‘국제시가번역(國際詩歌飜譯)’이 선정한 올해의 세계 10대 국제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의 리디아 치아렐리, 스웨덴의 베른트 안데르손 등과 함께 선정된 그는 한국 시문학의 정신을 세계에 알린 대표적 시인으로 기록되었다.

이미 그의 시는 베트남, 중국, 그리스, 알바니아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각국 문학지에 실렸으며, 〈나비의 꿈〉은 베트남 신문에 소개되며 ‘자연과 인간의 화해’를 노래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저작 역시 시의 철학을 이어간다. 한영시집 《대나무 숲의 소리》는 동양의 고요 속에 서양의 합리성을 접목한 작품이며, 소설집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인간의 운명과 선택의 문제를 사유한 철학적 소설이다. 이러한 지적 궤적은 모두 “한 방울의 물로 돌아가려는 구름의 여정”이라는 시적 이미지와 닮아 있다.

‘구름 따라잡기’의 언어는 단정하고 절제되어 있다. 화려한 수사나 장식적 비유 대신, 침묵과 여백이 살아 있다. 그것은 학문적 언어가 아니라, 구도자의 기도문에 가깝다. 그는 문학을 통해 세계를 정복하지 않고, 이해하려 한다. 시는 그에게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구원의 길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그의 인간적 품성이다. 그는 언제나 타인의 빛을 키우는 사람이다. 후학을 격려하고 동료 시인의 작품을 번역 · 소개하며, 자신보다 남을 앞세운다. 그 이타적 정신은 그의 시학과 일치한다.

“한 방울의 물이 되어 바다에 스며드는 삶” , 그것이 곧 강병철 시인의 문학적 존재 방식이다.

요컨대, ‘구름 따라잡기’는 인간의 삶을 관조하는 한 편의 철학서다. 욕망으로 부풀어 오른 문명에 경종을 울리고, 비움으로 얻는 충만을 일깨운다. 그는 구름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다만 그 흐름 속에서 함께 흘러간다.

그의 시가 남긴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깊다.

높이 오르지 않아도 된다.

가벼워지는 법을 아는 자만이,

진정 하늘을 난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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