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새들의 둥지 — 시인 양금희 교수 시 세계의 윤리적 시학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새들의 둥지 — 시인 양금희 교수 시 세계의 윤리적 시학 2025.10.10
새들의 둥지  — 시인 양금희 교수 시 세계의 윤리적 시학

□ 시인 양금희 교수

새들의 둥지

시인 양금희

새들은 제 몸을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어린 새끼를 위해 둥지를 튼다

덤불 속, 나무 구멍 속

서로 온기를 나눈다

그 힘으로

하늘에 길을 열기 위해

바람이 된다

구름이 된다

창공을 날아야 하는 숙명을 아는 새는

머물기 위해 둥지를 틀지 않는다

□ 양금희 시인의 영한시집 《새들의 둥지》

양금희 교수는 <서울문학>과 월간 <시문학>을 통해 시로 등단, 이어도문학회 초대회장과 제주국제대 특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시문학문인회 제주지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 제주지역위원회 부회장, 18~20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통일부 제주통일교육센터 통일교육위원, 제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 민주평통 제주평화통일포럼 연구간사, 제주통일미래연구원 이사, 한국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중국·그리스·베트남·파키스탄에 다양한 언어로 시 작품이 번역 소개되었다.

저서로 시집 <행복계좌>, <이어도, 전설과 실존의 섬>과 산문집 <행복한 동행> 등이 있으며, 2019년 통일부 통일교육원 통일교육우수사례 공모전 최우수상, 2020년 민간통일교육부문 국무총리상, 2021년 평화통일공감대 확산 기여 부문 제주특별자치도지사상 수상했다.

새들의 둥지

— 시인 양금희 시 세계의 윤리적 시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양금희 시인의 시 ‘새들의 둥지’는 단 한 편으로도 시인의 정신적 궤적과 생명철학이 명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 시는 단순히 생태적 은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나’를 넘어 ‘우리’를 위한 존재의 태도, 곧 타자를 향한 사랑과 책임의 윤리로 확장된다. 시인은 새를 통해 인간이 도달해야 할 생의 근원적 미덕, 즉 이타성과 봉헌의 의미를 상징화한다.

첫 연의 “새들은 제 몸을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는 구절은 인간 존재의 이기적 본능에 대한 정면 비판이자 초월이다. 자연 속의 한 생명체인 새가 자신의 안락함보다 새끼의 생존을 위해 둥지를 튼다는 사실은, 생명이란 본질적으로 ‘자기 보존’이 아닌 ‘타자 보살핌’의 윤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시인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어린 새끼를 위해 둥지를 튼다”는 구절은 곧 인간 사회의 근본적 관계윤리를 압축한다. 사랑과 양육, 헌신의 본질이 곧 생명의 순환을 가능케 한다는 인식이 시의 저변에 깔려 있다.

“덤불 속, 나무 구멍 속 / 서로 온기를 나눈다”는 대목에서 시인은 자연의 구체적 장면을 빌려 상호존재의 따스함을 그린다. 덤불은 거칠고 어두운 세상의 은유이며, 그 안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는 것은 ‘고난 속의 연대’를 상징한다.

인간의 사회 역시 불완전하고 상처투성이지만, 서로의 온기로 세상은 지속된다는 시인의 통찰은 생명에 대한 신앙적 사유와 닮아 있다.

후반부의 “그 힘으로 / 하늘에 길을 열기 위해 / 바람이 된다 / 구름이 된다”는 구절에서 시인은 자기 초월의 여정을 노래한다. 둥지 속 따스함이 곧 하늘로 날아오르는 힘이 된다는 역설은, 정주의 공간에서 비상을 낳는 ‘움직임의 미학’을 보여준다. 머무름은 곧 떠남의 전제가 되고, 그 떠남은 더 큰 생명 순환의 일부가 된다.

이는 시인이 평생 통일과 평화를 위해 헌신한 삶의 궤적과도 맞닿는다. 머물지 않고, 늘 다음 세대를 위한 날갯짓을 선택한 생애의 윤리적 상징이다.

“창공을 날아야 하는 숙명을 아는 새는 / 머물기 위해 둥지를 틀지 않는다.” 이 마지막 행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사유의 결론이다. 존재의 목적은 안락한 정착이 아니라, 끊임없는 비상과 순환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이 한 문장을 통해 인간의 삶 또한 자기 보호가 아닌 ‘공유된 하늘’을 향한 여정임을 일깨운다.

양금희 시인의 문학은 언제나 이러한 윤리적 비전 위에 서 있다. 시인은 개인의 행복을 타자의 행복과 분리하지 않는다. 그녀의 시적 언어는 화려하거나 실험적이지 않다. 외려 단정하고 투명한 문장 속에 ‘선한 아름다움’을 구현한다. 그 투명함은 단순함이 아니라, 오랜 사유와 신앙적 내면이 응결된 도덕적 맑음이다.

정치 · 사회적 활동가로서의 시인의 삶 역시 이러한 시 정신의 연장선이다. 평화와 통일, 교육과 윤리, 그리고 인류 공동체를 향한 봉사의 길 위에서 그녀는 ‘시를 삶으로 실천하는 시인’이다.

그의 수상 경력과 국제적 활동은 외형적 성취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생명 가치에 대한 시적 신념의 사회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새들의 둥지’는 생명의 순환과 이타적 존재론을 통해 인간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윤리를 제시한다. 머물기 위한 둥지가 아닌, 날기 위한 둥지를 짓는 새의 모습은 곧 양금희 시인의 생애 철학이자 문학적 정체성이다. 그녀의 시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위해 둥지를 짓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처럼 양금희 시인의 시는 단순한 서정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윤리적 시학이며, 실천적 철학이다. 그녀의 시가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에 남는 이유는, 그것이 삶을 향한 가장 고결한 메시지—“머무름보다 날아오름을 택하라”—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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