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그리스인 조르바ㅡ책을 불태워라 ― 그러면 사람이 될지도 모르오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그리스인 조르바ㅡ책을 불태워라 ― 그러면 사람이 될지도 모르오 2025.10.11
그리스인 조르바ㅡ책을 불태워라 ― 그러면 사람이 될지도 모르오

책을 불태워라

― 그러면 사람이 될지도 모르오

책장을 넘기던 손끝에

먼지가 쌓였다

말의 무게는 무거웠고

삶의 냄새는 사라졌다

글자는 많았으나

눈빛은 메말랐고

지식은 넘쳤으나

가슴은 굶주렸다

그때 조르바가 말했다

책을 불태워라

그러면 네가

사람이 될지도 모르오

불길 속에서

활자는 울었고

잿빛 사이로

한 송이 심장이 피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지혜는 머리에 있지 않다

손끝에, 땀에,

사랑에 있다.”

불은 종이를 태웠으나

혼을 살렸다

말 대신 침묵이,

논리 대신 눈물이 남았다

책은 타서 사라졌지만

그 재 위에서

사람 하나 서 있었다

눈을 들어 하늘을 읽고

손끝으로 바람을 썼다

그래, 이제 알겠다

앎이 아닌 삶이

진리의 첫 줄이었다

책을 불태워라

그 불꽃 속에서

비로소 인간의 냄새가 난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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