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아프지 말라 하지 마라" — 우정과 사랑의 노래 ㅡ 청휘 한범수 교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아프지 말라 하지 마라"  — 우정과 사랑의 노래 ㅡ 청휘 한범수 교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아프지 말라 하지 마라

— 우정과 사랑의 노래

가을빛이 짙어가는 오늘 아침, 한 통의 음악 파일이 도착했다. 클릭하는 순간, 피아노 선율이 가슴을 스쳤다.

곧이어 흘러나온 멜로디는 눈시울을 적셨다.

그 곡의 제목은 ‘아프지 말라 하지 마라.’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은 반세기 인연의 친구, 한범수 교수였다.

경복고 시절, 꾀꼬리동산 느티나나무 아래에서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던 소년 둘이 있었다.

세월은 흘러 백발이 희끗한 노년이 되었지만, 그 우정만큼은 한 점 변함이 없었다.

그 시절, 그와 나는 언제나 문학으로 세상을 보던 청년이었다.

시간은 우리를 각자의 길로 흩어놓았으나, 마음의 끈은 늘 이어져 있었다.

요즘 그는 아들 한상욱의 학업을 위해 미국에 머물며 사랑스러운 손주들을 돌보고 있다.

그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내 졸시 한 편을 곡으로 만들어 보내왔다.

‘아프지 말라 하지 마라’—그 제목처럼, 누군가의 고통을 섣불리 위로하지 말라는 깊은 울림이 담긴 노래였다.

나는 그 음악을 듣는 순간, 말없이 눈을 감았다.

음표 하나하나가 그가 살아온 세월의 숨결 같았다.

나는 깨달았다.

그가 이토록 절절한 선율을 쓴 것은 단지 우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의 마음에는 지켜야 할 또 하나의 사랑이 있었다.

바로 지금 병상에서 투병 중인 그의 사랑스러운 며느리였다.

자신의 아픔보다 며느리의 고통을 먼저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기도로 버티는 그의 마음이

음악 속에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그 노래는 단순한 곡이 아니었다.

삶의 기도였고, 사랑의 노래였으며,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껴안은 위로의 언어였다.

나는 그 음악을 여러 번 반복해 들었다.

들을수록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진심이 내 가슴을 어루만졌다.

인생의 절반을 넘어선 나이에,

한 곡의 음악이 이렇게 뜨겁게 마음을 흔든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세상의 모든 말보다 깊은 위로가 그 안에 있었다.

친구여,

자네 음악은 내 시를 다시 살려주었네.

그대의 선율은 바람처럼 내 마음을 스쳐가며

아픈 세상 속에 ‘함께 아파하는 사랑’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일깨워주었네.

우리가 서로에게 보내는 이 노래는

단지 두 사람의 우정이 아니라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아프지 말라 하지 마라.”

그 말에는 외려 아픔을 부정하는 냉정이 있다.

그대의 음악은 말한다.

“아파도 괜찮다.

그 아픔 속에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이 결국 우리를 살린다.”

오늘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며 기도한다.

한범수 교수의 며느리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그의 가정에 평화와 기쁨이 가득하기를.

먼 훗날, 우리가 함께

그 노래를 나란히 부를 수 있기를.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음악과 시가 만나면 영혼은 젊어진다.

그의 선율과 나의 시가 엮인 이 한 곡의 노래가

세상의 모든 아픔 위에

조용한 빛으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기도의 이름으로

친구여,

아프지 말라 하지 마라.

그저 내 곁에, 그렇게 살아 있음을 고맙게 여긴다.

2025 10 12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