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오롯이 지키는 삶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나를 오롯이 지키는 삶 202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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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오롯이 지키는 삶
청람 김왕식
삶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사람의 마음은 바람 앞의 갈대처럼 한없이 연약하고, 세상의 소음은 언제나 그 고요를 깨뜨리려 한다. 진정한 삶의 품격은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데 있다. 나를 오롯이 지킨다는 것은 세상과 단절하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스스로의 온도를 지켜내는 일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비교를 부추긴다. 남의 성공이 내 실패로 보이고, 남의 미소가 내 불행으로 느껴지는 착각 속에서 사람은 자신을 잃는다. 인간의 존엄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하루에도 수십 번 흔들리더라도, 그때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바로 자존(自尊)이다. 자존이란 남보다 낫다는 오만이 아니라, 남과 달라도 괜찮다는 평온이다.
나를 지킨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한 발 물러서면, 고요가 찾아오고 그 고요 속에 비로소 진짜 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유행처럼 변하지 않는 목소리, 오랜 시간 퇴고된 나의 언어다. 그 언어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며, 남의 박수에도 휘둘리지 않는다. 외로움은 고통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가능한 시간이다.
사람은 누구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관계는 나를 소진시키는 곳이 아니라, 나를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다시 중심을 다듬는 것, 그것이 인간관계의 성숙이다. 누군가의 인정이 없어도, 누군가의 비난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그것은 ‘내가 나를 인정하는 삶’에서 비롯된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사람은 말이 적다. 그들의 침묵은 공허가 아니라 깊이다. 말보다 표정으로, 표정보다 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세상은 시끄러워도, 그들은 고요하게 자기 길을 간다. 고요는 단순히 소음의 부재가 아니라, 마음의 질서가 잡힌 상태이다. 그 질서 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너그러이 품는다.
나를 오롯이 지킨다는 것은 완벽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외려 모순과 결함, 불안과 상처를 끌어안는 일이다. 인간의 품격은 흠 없는 완전함이 아니라, 상처를 수용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마음의 주름 하나에도 생의 진실이 깃들어 있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흔적이다.
지키는 삶은 또한 내려놓는 삶이다. 필요 이상의 욕망을 버리고, 불필요한 비교를 버리며, 남의 잣대를 버릴 때 사람은 비로소 가벼워진다. 삶의 무게는 소유가 아니라 집착에서 비롯된다.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인간의 품격은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나를 속이지 않는 정직, 나를 잃지 않는 의지, 나를 가꾸는 겸허함이 그 근간이다. 세상은 언제나 변하지만, 자기 자신을 지키는 사람은 결코 휘청거리지 않는다.
오늘도 수많은 선택 앞에서 흔들리겠지만, 그 흔들림조차 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삶은 단단해진다. 바람이 강할수록 뿌리는 깊어진다. 나를 오롯이 지킨다는 것은 결국,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내 마음의 중심을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인간의 길이며,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자유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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