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청연 김상희 시인의 시 '그대는'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청연 김상희 시인의 시 '그대는'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2025.10.15
청연 김상희 시인의 시 '그대는'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 청연 김상희 시인

그대는

시인 청연 김상희

물빛 그늘처럼 펼쳐지는

그대는 누구인가요

산허리 휘감고 부드럽게 오시는

그대는 누구인가요

별빛 달빛 다 뿌리고 오시는

그대는 누구인가요

채송화 꽉차게 웃고 있는

앞뜰 같은

그대는 누구인가요

가을날의 구름처럼 신비한

그대는 누구인가요

겹겹이 쌓이는 국화꽃 같은 그리움

심어놓는

그대는 누구인가요

그대는 누구인가요

그대는,

그대는, 이미 가슴에 와 있는 이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연 김상희 시인의 ‘그대는’은 그리움의 시이자 깨달음의 시이다. 시인은 “그대는 누구인가요”라는 반복된 물음을 통해 평생 찾아 헤매던 존재를 부른다. 그러나 그 끝에서 그는 비로소 알게 된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대는 먼 하늘 끝에 있지 않고, 이미 자신의 가슴 속에 와 있었다는 사실을. 이 시는 ‘찾음에서 머무름으로’, ‘그리움에서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내면의 노정을 품고 있다.

첫 연 “물빛 그늘처럼 펼쳐지는 그대”에서 시인은 맑고 투명한 자신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그대’를 제시한다. 물빛은 곧 시인의 본성이다. 흐르되 흐리지 않고, 잔잔하되 깊이를 감춘 그 빛은, 시인이 평생 지켜온 인간적 품격과 순수의 상징이다. 그는 결국 ‘그대’를 찾는 노정을 통해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산허리 휘감고 부드럽게 오시는 그대”에서는 사랑의 기척이 자연처럼 다가온다. 그대는 억지로 다가오지 않는다. 산허리를 감싸듯, 바람결에 스미듯, 조용히 시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사랑이란 이런 것임을 시인은 알고 있다. 강요가 아닌 순응, 잡음이 아닌 울림. 그대는 그렇게 시인의 삶 속으로 스며든다.

“별빛 달빛 다 뿌리고 오시는 그대”에서 그대는 신성의 영역으로 옮겨간다. 시인은 인간적 사랑을 넘어선 존재적 사랑을 노래한다. 그대는 단지 누군가가 아니라, 시인의 삶을 이끌어주는 ‘빛의 근원’이 된다. 이 빛은 멀리서 비추는 별이 아니라, 이미 그의 내면에서 타오르는 불빛이다.

“채송화 꽉 차게 웃고 있는 앞뜰 같은 그대”는 사랑의 현실적 형상이다. 그대는 이제 시인의 일상 속에 피어난 따뜻한 미소로 존재한다. 채송화는 평범하지만 강인하다. 그대의 미소는 삶의 상처를 덮고, 외로움을 녹인다. 이승에서 꼭 한 번 만나고 싶은 그대가 있다면, 바로 이런 사람일 것이다. 시인은 깨닫는다.

그대는 어쩌면 지금 이미 자신의 마음 안에 살고 있는 존재임을.

“가을날의 구름처럼 신비한 그대”에서 그대는 덧없음 속에서도 아름답다. 머물 듯 흩어지는 그대는 시간의 무상함을 품은 사랑의 상징이다. 시인은 이 덧없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외려 그것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배운다.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짧은 찰나의 만남이 영혼에 영원을 남길 수 있음을.

마지막 “겹겹이 쌓이는 국화꽃 같은 그리움 심어놓는 그대”에서 시인은 모든 물음의 끝에 닿는다. 국화는 늦가을에도 피어나는 향기, 세월의 끝에서도 지지 않는 고결함이다. 그대는 이제 외부의 대상이 아니라, 시인의 가슴에 자리한 내면의 향기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대는 결국 멀리 있지 않았다.

시인은 깨닫는다.

그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 안에 와 있었음을.

그래서 가슴은 벅차고, 그러나 입술은 침묵한다.

그대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고이 간직해야 할 영혼의 연인이기 때문이다.

시인 청연 김상희 시의 ‘그대’는 결국 외부의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형상이다.

그대는 찾아가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

그리하여 ‘그대는’은 사랑의 시를 넘어,

‘자신의 영혼과의 만남’을 노래한 철학적 서정시로 남는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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