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만 한 그리움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호수만 한 그리움 2025.10.15■
호수만 한 그리움
청람 김왕식
보고 싶은 마음이 호수만 하다.
그대의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마다 마음이 잔잔히 일렁이고, 그 물결은 멈출 줄을 모른다.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마음속에는 늘 그대가 있다. 그대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고요한 물결뿐, 나는 그 물가에 홀로 앉아 오늘도 하늘을 비춘다. 바람이 스치면 그대의 숨결 같고, 햇살이 번지면 그대의 미소 같다. 손을 뻗어 닿을 수 없으니, 결국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그대가 온다.
멀리서 부드럽게 파문을 일으키며 다가온다. 그대의 얼굴은 호수 위 달빛처럼 희미하고, 그대의 목소리는 바람결처럼 서늘하다. 그대가 다가올수록 마음은 깊어지고, 그 깊은 곳에는 그리움이 흘러든다. 그리움은 마치 물속의 그림자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존재한다. 그대가 내 마음에 남긴 파문은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움은 슬픔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였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마음이 아직 따뜻하다는 뜻이리라. 사람은 사랑이 끝나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그리움을 잊어버릴 때 진짜 고독해진다. 그리움은 인간의 마지막 온기다.
가끔 호수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본다.
그 잎은 마치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같다. 한참을 떠돌다 어느 순간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그 잎이 물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나의 마음도 그대에게로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아무리 잊으려 해도, 그대의 흔적은 물빛에 녹아 나를 따라온다. 사랑은 끝났지만, 그리움은 아직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어도, 그대의 자리는 비워져 있다.
그 자리는 비어 있으면서도 언제나 가득 차 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대이고, 그리움이다. 사람의 마음은 아이러니하다. 비워야 편안한 줄 알면서도, 비어 있는 자리를 끝내 놓지 못한다. 그 자리가 허전할수록, 그대는 더 선명해진다.
어느 날은 호수 위로 비 내리듯 눈물이 떨어진다.
그 눈물은 그대를 위한 것이면서,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움은 고통이 아니라 정화다.
눈물 한 방울이 호수의 수면을 흔들면, 그대의 기억이 다시 피어난다.
그리움은 그렇게 반복된다. 사라지지 않고, 깊어진다.
가끔은 생각한다.
만약 그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말없이 바라만 볼까, 아니면 조용히 미소 지을까.
그리움은 만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간직하기 위한 것임을.
그대가 멀리 있기 때문에 그대는 내 안에서 더 가까워진다.
그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는 마음으로 그대를 본다.
나는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다는 건 단순히 세상을 끊는 일이 아니다.
그건 내 안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그 안에는 그대가 있고, 그대와 나를 이어주는 물결이 있다.
그 물결은 잔잔하지만 깊고, 고요하지만 뜨겁다.
그곳에서 나는 비로소 안다.
그리움이란, 그대를 잊지 않기 위한 내 영혼의 숨결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호숫가에 앉는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고, 물결이 한 겹씩 피어난다.
그리움이 다시 내 안에서 흔들린다.
그대가 멀리 있어도, 나는 여전히 그대 곁에 있다.
그리움은 거리를 좁히는 유일한 다리이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마음이 호수만 하다.
차라리 눈을 감는다.
그대가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나기에.
눈을 감으면, 호수 위 달빛이 그대의 얼굴이 되고,
바람이 나를 감싸며 이렇게 속삭인다.
“그리움은 슬픔이 아니라, 너의 또 다른 사랑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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