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내장사, 존재의 불도에서 대우 큰스님을 다시 뵙다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내장사, 존재의 불도에서 대우 큰스님을 다시 뵙다 2025.10.15
내장사,  존재의 불도에서 대우 큰스님을 다시 뵙다

□ 내장사 대우 큰스님

내장사,

존재의 불도에서 대우 큰스님을 다시 뵙다

청람 김왕식

내장사 산문을 오를 때마다 마음은 고요의 품으로 들어간다. 오늘 그 고요 속에서 다시 대우 큰스님을 뵈었다. 처음 뵈었을 땐, 그분의 눈빛이 너무 깊어 정신 둘 곳이 없었다. 그 앞에 선 나는 그저 작은 파문 하나였다. 감히 살피지 못하고 다만 예를 다하는 것만으로 벅찼다.

오늘 두 번째로 뵌 큰스님은 변함이 없으셨다. 그러나 내 안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마음이 비워져서였을까, 그분의 말씀은 바람처럼 스며들었다. 청주유네스코협회 김옥배 회장, 직지 시인 임준빈 선생, 시낭송가 김화순 선생, 동보산업 오석우 대표, 파시의 서주원 소설가와 함께 올린 차담은 향기로운 수행의 한 장면이었다. 찻잔의 물결이 고요히 멈출 때마다 스님의 말씀이 우리의 마음속으로 번져 들었다.

그분의 말은 따뜻함 속에 냉철했고, 자비 속에 질서가 있었다. 인간적 온기를 품되 중심을 잃지 않는, 마치 불길 속에서도 스스로 타지 않는 연꽃 같았다. 한마디 한마디는 시시비비를 꿰뚫는 통찰이었고, 침묵조차 법문이었다. 그분은 말로 가르치지 않고, 존재로 가르치셨다. 그 미소 하나에 번뇌가 사그라지고, 그 침묵 하나에 허망한 욕심이 사라졌다.

내장사의 바람은 오늘따라 더욱 청명했다. 스님의 말씀은 바람소리와 함께 산천으로 번졌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일, 그것이 수행의 시작이지요.” 그 한마디가 마음을 비추었다. 두 번 뵌 것이 아니라, 오늘에서야 비로소 마음으로 뵌 것이다.

산문을 내려오며 문득 스님의 또 다른 법문이 떠올랐다.

“진정한 불도는 절 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바람소리에도, 물소리에도, 새소리에도 다 들어 있지요.”

그 말씀처럼 불도는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자연의 순환 속에서 숨 쉰다.

바람은 무상을 가르치고, 물은 유연함을 일깨우며, 새의 울음은 자유를 설법한다. 모든 존재가 이미 經이고 法이며 佛이다. 바람이 불면 그것이 수행이고, 물이 흐르면 그것이 깨달음이다. 산은 고집을 버리고, 물은 흐르며 집착을 씻고, 새는 날아가며 번뇌를 놓는다.

스님이 보신 세상은 분리된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없었다. 자연은 곧 사람의 내면이요, 사람은 곧 자연의 한 흐름이었다. 바람소리를 듣는 일은 자기 마음의 파동을 듣는 일이며, 물소리를 바라보는 일은 자신의 삶의 흐름을 성찰하는 일이다.

내장사의 숲이 흔들리고, 계곡의 물이 흐르고, 새가 노래할 때마다 세상은 하나의 진언처럼 들렸다. 그 속에서 모든 소리가 하나로 귀결된다.

그 소리, 임[主]이요, 불도(佛道)였다.

스님과의 만남은 한 사람의 존재가 또 한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자연과 인간, 스승과 제자, 말과 침묵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존재의 불도’로 승화되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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