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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에 깃드는 길상吉祥 ― 마음을 비운다는 것의 참된 의미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고요 속에 깃드는 길상吉祥 ― 마음을 비운다는 것의 참된 의미 2025.10.16
고요 속에 깃드는 길상吉祥 ― 마음을 비운다는 것의 참된 의미

고요 속에 깃드는 길상吉祥

― 마음을 비운다는 것의 참된 의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세상은 언제나 채우기를 요구한다. 더 많은 지식, 더 많은 재산, 더 많은 관계를 쌓으라 한다. 그러나 마음의 그릇이 이미 가득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이 들어올 틈이 없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자신을 열어 두는 행위다. 텅 빈 그릇이 물을 담듯, 비움은 곧 수용의 시작이다.

마음을 비우면, 지혜가 스스로 찾아온다. 지혜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깨어나는 것이다. 번뇌의 먼지를 털어낼 때 그 안에 본래 깃들어 있던 밝음이 드러난다. 그 밝음은 해가 떠서 비추는 빛이 아니라, 새벽 안개 속에서 천천히 피어오르는 내면의 빛이다.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으나, 그것이 비추는 순간 우리는 세상의 이치를 조금은 알게 된다.

비움의 길은 고요의 길이다.

고요는 단순히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평온의 자리다. 바람이 멎은 연못 위에 달빛이 잠기듯, 욕망이 가라앉은 마음에는 맑은 빛이 머문다. 이 고요한 빛이 바로 ‘길상吉祥’이다. 길상吉祥이란 복을 부르는 상서로움을 뜻하지만, 그 근원은 외부의 복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에 있다. 마음이 고요할 때, 우주는 그 사람에게 복을 건넨다.

사람은 흔히 ‘비움’을 두려워한다. 비우면 잃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비움은 잃음이 아니라 얻음이다. 마음을 비우면 불필요한 욕심이 사라지고, 사람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분별심이 사라진 그 자리에 이해가, 미움이 사라진 그 자리에 연민이 깃든다. 그것이 곧 지혜의 첫걸음이다.

고요 속의 밝음은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존재한다. 시장의 소란, 도시의 번잡함, 사람들의 다툼 속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는 자는 언제나 고요하다. 그는 외부의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등불을 켜는 사람이다. 그 등불은 번쩍이는 불꽃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마음의 빛이다.

비움의 경지에 이른 자는 삶을 다르게 본다. 성공을 집착의 결과가 아닌 인연의 결과로, 실패를 좌절이 아닌 깨달음의 과정으로 본다. 그에게 세상은 더 이상 경쟁의 무대가 아니라 존재의 연습장이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깃든 길상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감사로 채운다.

비움은 인생의 궁극적 지혜다. 가득 차면 흘러넘치고, 비워야 새로이 채워진다. 산이 높아질수록 그 밑은 깊어지듯, 비움의 깊이가 클수록 밝음의 높이도 커진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어둠 속에서 스스로 등불을 켜는 일이며, 그 고요한 빛을 따라 걷는 것이 곧 길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비운 마음에 깃든 고요는 곧 생명의 숨결이다. 들꽃 한 송이, 바람 한 줄기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 그에게 세상은 이미 복으로 가득하다. 길상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을 비운 그 순간, 고요 속에 이미 와 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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