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단상 ― 신사의 품격에 대하여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명함 단상 ― 신사의 품격에 대하여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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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단상
― 신사의 품격에 대하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아름다운 인연은 언제나 작은 종이 한 장에서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나누는 첫 악수, 그리고 건네받는 명함 한 장. 그 작은 사각형 안에는 이름과 직함, 전화번호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 그가 걸어온 길과 품은 품격이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명함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얼굴이며, 인격의 축소판이다.
명함을 주고받는 장면은 짧지만, 그 짧은 순간이 인생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어떤 이는 무심히 명함을 받아 호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어떤 이는 지갑 속에 정성스레 꽂는다. 또 어떤 이는 명함을 메모지 삼아 숫자를 적거나 계산을 한다. 어떤 이는 심지어 명함을 뾰족하게 접어 이를 쑤시거나, 호치키스로 찍어놓는다. 사람의 태도는 이렇게 사소한 행동에서 드러난다. 그 짧은 순간이 바로 인품의 시험대이며, 예의의 잣대다.
명함을 대하는 자세는 결국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명함을 받는 순간, 우리는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손에 쥐는 것이다. 그 종이 한 장 뒤에는 그가 흘린 땀과 시간, 그리고 책임이 새겨져 있다. 그러므로 명함은 고이 다뤄야 한다. 명함을 손에 쥔 채 가볍게 던지는 일은, 그 사람의 존재를 가볍게 여기는 일과 같다. 진정한 신사는 명함을 책갈피처럼 곧게 펴놓고, 대화가 끝날 때까지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그 태도 속에는 존중이 있고, 품격이 있다.
가끔 이런 장면을 본다. 마주 앉은 자리에서 상대의 명함을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 위에 시선을 머무르는 사람. 말끝마다 명함의 이름을 부드럽게 되뇌며, 그 사람의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 그것이 바로 예의의 미학, 관계의 온도다. 이런 사람은 대화를 마칠 때도 명함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들어 올려 가슴 높이에서 인사를 건넨다. 거기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인간의 품격과 따뜻한 온기가 있다.
그 명함의 주인공은 영광굴비 명장 정명수 대표였다. 그의 명함에는 단지 직업이 아니라, 세월이 담겨 있었다. 한결같이 바다의 소금바람을 견디며 생명을 말리고, 정직한 손끝으로 생선을 황금빛 예술품으로 빚어온 장인의 시간. 그 명함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이 한 장의 종이는 바다의 향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신시(紳士)’라 부른다.
정명수 대표는 말없이 일하고, 겉보다 속이 단단한 사람이다. 말보다 신뢰로, 외침보다 묵묵한 행보로 세월을 건너온 사람이다. 그가 내민 명함은 명장의 증표이자, 삶의 신의(信義)를 상징한다. 명함 한 장이지만, 그것은 그의 인생 전체의 요약본이며, 장인의 손끝이 만든 작품이다.
그의 명함을 받아들고 나는 문득 생각했다. ‘신사란, 말로서가 아니라 태도로 증명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명함을 통해 자신의 일생을 전했고, 나는 그 명함을 통해 신사의 품격을 배웠다.
명함을 주고받는 모든 순간을,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소중히 대하리라. 한 장의 명함을 고이 다루는 일은 곧, 한 사람의 인생을 존중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종이 한 장이 내 손안에 있을 때, 나는 그 사람의 인생을 잠시 빌린 것이다. 그러므로 명함을 다루는 일은, 인생을 다루는 예의다.
나는 영광굴비 명장 정명수 대표의 명함 앞에서 ‘신사의 품격’을 보았다.
이제 나도 명함처럼 깔끔하고 진실한 사람,
그처럼 신사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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