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의 비행, 마음의 첫나들이 ― 김민정 시인의 '첫나들이'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봄빛의 비행, 마음의 첫나들이 2025.10.16
□ 김민정 시인 작품 첫나들이 청람 김왕식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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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나들이
시조시인 김민정
봄빛을 열고 있는
싱그런 저 나랫짓
만리장천 꿈을 꾼다
어린 새의 비행이다
더불어 벙그는 속잎
구름자락 깃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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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의 비행, 마음의 첫나들이
― 김민정 시인의 ‘첫나들이’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민정 시인의 시조 ‘첫나들이’는 짧지만 투명한 시적 숨결로 생명의 찬가를 노래한다. 언어는 간결하되 의미는 깊고, 봄의 미세한 떨림 속에서 인간 존재의 내면을 응시한다.
이 시는 자연을 그린 듯 보이나, 실은 인간이 자기 안의 봄을 깨우는 과정을 담고 있다.
“봄빛을 열고 있는 / 싱그런 저 나랫짓” — 시의 첫머리에서 시인은 이미 정지된 자연을 움직임으로 전환시킨다. 봄빛이 열린다는 표현은 단순한 계절의 묘사가 아니라,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은유한다. ‘나랫짓’은 생명의 본능이자 존재의 선언이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 걸음이며, 동시에 영혼이 새롭게 비상하는 순간이다.
이어지는 “만리장천萬里長天 꿈을 꾼다 / 어린 새의 비행이다”라는 구절은 시 전체의 중심 정조를 이룬다.
여기서 ‘어린 새’는 단순한 새가 아니다. 두려움을 딛고 자신의 하늘을 찾아가는 순수한 존재, 바로 인간 자신이다. 김민정 시인은 그 비행을 ‘꿈’으로 표현한다. 현실의 무게를 벗어난 상상과 희망의 상승 운동이 시적 리듬 속에서 생동한다. 그 ‘만리장천’은 도달할 수 없는 먼 하늘이 아니라, 내면의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정신의 공간이다.
마지막 연 “더불어 벙그는 속잎 / 구름자락 깃들다”는 시 전체의 정조를 포근하게 감싼다. ‘더불어’라는 말은 시인의 삶과 시학을 동시에 대변한다. 김민정 시인의 시는 언제나 고립된 자아의 독백이 아니라, 타인과 자연이 함께 피어나는 공존의 노래다. ‘속잎’은 내면의 생명, 마음의 연약한 새싹이다. 그 속잎이 ‘구름자락’—즉, 자유롭고 부드러운 자연의 품—에 깃드는 장면은, 인간의 마음이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그린다.
이 시에서 김민정 시인의 언어는 단 한 줄의 군더더기도 없다. 정제된 표현 속에서 시인은 계절의 빛과 인간의 마음을 정확히 포착한다. 특히 ‘봄빛―나랫짓―속잎―구름자락’으로 이어지는 이미지의 흐름은 유기적이다. 각 연의 중심 단어들은 생명의 운동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며, 존재의 성장과 확장을 암시한다.
김민정 시의 세계는 화려하지 않다. 외려 절제와 맑음 속에 진정한 힘이 있다. 시인은 오랫동안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교육자이지만, 이 시에서는 그 교단의 이미지를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가르침의 정신이 시의 호흡 속에 녹아 있다. 그것은 누군가를 일깨우려는 목소리가 아니라, 자연처럼 조용히 돋아나는 깨달음의 언어다.
‘첫나들이’는 인생의 봄, 그 최초의 설렘을 다시 일깨운다. 시인은 말하지 않고, 보여준다. 꽃이 피듯, 마음이 열리듯, 봄은 그렇게 온다. 짧은 시조 한 편 속에, 김민정 시인은 순수한 생명에 대한 경외와 인간 존재의 내면적 갱신을 담았다.
이 시를 읽고 나면, 독자는 어느새 자신도 ‘어린 새’가 되어 만리장천의 하늘을 꿈꾸게 된다. 그것이 김민정 시인 시의 힘이다.
시인의 ‘첫나들이’는 언제나 새로이 시작되는 인간의 봄을 노래하는 것이다.
―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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