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품으로 돌아가는 생의 순환 ― 유동애 시인의 '강, 하구에서'를 읽고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바다의 품으로 돌아가는 생의 순환 ― 유동애 시인의 '강, 하구에서'를 읽고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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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하구에서
시인 유동애
긴 겨울밤에도
더운 여름에도
바다는
제 스스로 넘실거린다
뿌리 내린 나무의
발치를 흐르는 강이거나
둥글게 엎드린 자갈밭을
썰물 지듯 밀려나는 물이거나
잔 물살 하나 머뭇거리지를 않아
잠시 또 잠시 후
바다는 제 스스로 넘실거린다
오래된 강의 미소에
서둘러 몸을 적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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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애 시인
경남 남해 출생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 퇴임했다.
사화집 『물은 바다를 꿈꾸며』 외, 시집 『내안에 피는 꽃으로』등이 있다.
한국세계문학협회 부회장, 강동문인협회 초대사무국장, 구례문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한국여성문학인회, 한국문인협회, 강동문인협회, 구례문인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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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품으로 돌아가는 생의 순환
― 유동애 시인의 ‘강, 하구에서’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유동애 시인의 ‘강, 하구에서’는 흐름과 귀향, 그리고 존재의 순환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는 ‘강이 바다로 나아가는’ 단순한 물리적 현상을 통해, 생명이 제 본향으로 돌아가는 근원적 질서를 은유한다. 이 작품은 시인의 일생과도 겹친다. 남해의 물결처럼 순한 고향의 정서 속에서 태어나, 교육자로서의 삶을 바쳐온 시인의 생애가 그대로 강의 여정처럼 펼쳐져 있다. 그 강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이자 인생의 흐름이다.
시의 첫머리, “긴 겨울밤에도 / 더운 여름에도 / 바다는 / 제 스스로 넘실거린다”는 구절은 곧 존재의 자율성과 지속성에 대한 찬가다. 계절의 변화를 초월하여 바다가 스스로의 리듬을 유지한다는 것은, 생명 또한 외부의 요동 속에서도 내면의 질서를 잃지 않는다는 선언과 같다. 인간의 삶이 환경과 운명의 굴곡에 흔들릴지라도, 진정한 존재는 그 내면의 리듬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시인의 철학이 깔려 있다.
중간부의 “뿌리 내린 나무의 / 발치를 흐르는 강이거나 / 둥글게 엎드린 자갈밭을 / 썰물 지듯 밀려나는 물이거나”는 유동애 시의 미학적 중심이다. 강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그 흐름은 무질서가 아니라 순환의 법칙에 따른다. 시인은 강의 여정을 ‘교육자이자 인간으로서의 삶’에 비유한다. 가르치는 일은 흘러가는 일이고, 흘러간다는 것은 남김이 아니라 나눔이다. 시인의 인생철학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흐름이 곧 사랑이며, 머묾이 곧 배움이다.”
후반부에서 “잔 물살 하나 머뭇거리지를 않아 / 잠시 또 잠시 후 / 바다는 제 스스로 넘실거린다”는 구절은 인생의 무상함이 아니라 순리의 미학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가야 할 곳으로 간다.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은 단절이 아니라 완성이다. 이 구절에서 유동애 시인의 시 세계가 도달하는 경지는 단순한 자연 서정이 아니라, 철학적 초월이다. 강과 바다의 관계는 인간과 존재, 개인과 전체, 삶과 영원의 관계를 상징한다.
마지막의 “오래된 강의 미소에 / 서둘러 몸을 적시며”라는 표현은 시인의 내면적 회귀를 드러낸다. 강은 오랜 세월을 흘러온 생명의 기록이며, 그 강에 몸을 적신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다시 생명의 근원에 합류시키는 행위다. ‘서둘러’라는 부사는 생의 끝자락에서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존재의 본능을 암시한다. 이는 시인의 나이 든 생애, 즉 교사로서 세월을 다 보낸 이가 다시 ‘시’라는 언어의 바다로 돌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유동애 시인의 시에는 언제나 ‘순함’과 ‘맑음’이 공존한다. 그것은 고향 남해의 바람과도 같고, 교육자로서의 평생의 자세와도 닮았다. 그녀의 시는 감정의 과장 없이, 물처럼 고요히 흘러가며 독자의 마음을 씻는다. 그 정제된 언어는 오랜 자기 성찰과 훈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시의 문장은 한 줄 한 줄이 물결처럼 이어지며, 언어의 리듬이 곧 생명의 호흡이 된다.
시인은 늘 자연 속에서 인간을 읽는다. 강과 바다는 인간의 마음이며, 물결은 시간이다. 그녀의 시 세계는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없는 조화의 미학’이다. 그것은 곧 교육자로서의 평생의 태도와도 닮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 시인은 강처럼 흘러주었고, 제자들은 그 물에서 빛을 보았다.
유동애 시인의 삶의 철학은 ‘나눔의 순환’이다. 그녀는 강처럼 흘러가되, 어느 곳에서도 자신을 막지 않는다. 문학도, 인생도 그녀에게는 모두 ‘흐름’이다. 그 흐름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 그녀의 시는 개인적 체험을 넘어 보편적 생명의 노래로 확장된다.
유 시인의 미의식은 단아하고 절제되어 있다. 화려한 수사를 배제한 대신, 생명의 원리를 간결한 이미지로 포착한다. 물, 바람, 나무, 자갈 등 자연의 사물들이 그녀의 시에서 생명을 얻는다. 언어의 밀도를 낮추고 여백을 넓힘으로써, 독자는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된다.
‘강, 하구에서’는 결국 인간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를 묻는다.
그 대답은 명료하다.
삶은 바다로 가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떠나온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바다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유동애 시인의 시 세계는 ‘되돌아감의 철학’으로 요약된다.
그녀는 시를 통해 생의 질서를 복원하고, 존재의 본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녀의 시를 읽는 일은 곧 흐름을 배우는 일이다.
강이 바다로, 삶이 사랑으로, 언어가 침묵으로 흘러드는 길 ―
그 끝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삶은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것은 흘러가지만, 그 흐름 속에 영원이 있다.
그것이 바로 유동애 시인 문학의 가장 깊은 아름다움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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