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의 명언' 원동농부 시인 이종식 작가의 시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하루살이의 명언' 원동농부 시인 이종식 작가의 시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2025.10.21
□ 이종식 원동농부 시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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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의 명언
원동농부 시인 이종식
새벽 물안개 속에서 태어나
햇살 한 모금에 세수를 한다.
일곱 시에 아침을 들고
여덟 시엔 세상의 교실로 간다.
아홉 시에 졸업장을 품고
열 시엔 꽃잎 같은 사랑을 만나며,
열한 시에 서로의 그림자를 껴안아
정오엔 햇살을 반찬 삼아 점심을 먹는다.
한 시엔 구름 위로 신혼여행을 떠나고,
두 시엔 바람이 흔드는 자궁 속에 생명을 틔운다.
세 시엔 한 송이 눈물 같은 아이가 태어나고,
네 시엔 세상 모든 시간이 그를 축복한다.
다섯 시, 노을이 늙은 얼굴을 비추면
식구들이 둘러앉아 저녁을 기다린다.
여섯 시, 그는 미소로 유언을 남긴다.
잊지 마라.
오늘이 곧 내일이니,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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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찰나, 영원의 어름에서
― 원동농부 이종식 시인의 ‘하루살이의 명언’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종식 시인의 ‘하루살이의 명언’은 하루살이의 짧은 생애를 인간의 하루로 비유하여, ‘삶의 길이보다 깊이’를 일깨우는 철학적 서정시이다. 시인은 경남 양산 원동에서 텃밭을 가꾸며 소박하게 살아간다. 스스로를 ‘원동농부’라 부르는 그는 흙을 일구며 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의 도리를 배운다. 특히 그는 텃밭에 감나무와 대추나무를 심고, 해마다 열린 과실을 이웃과 나누며 사는 사람이다. 그의 시는 바로 그 삶의 품성, 나눔과 겸허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의 첫 구절 “새벽 물안개 속에서 태어나 햇살 한 모금에 세수를 한다”는 존재의 시작을 노래한다. 물안개는 생명의 태동, 햇살은 깨어남의 상징이다. 시인은 이 한 줄로 인간이 자연의 품에서 태어나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그의 세계에서 탄생은 신비가 아니라 순리이며, 삶은 자연의 흐름과 함께 시작된다.
“일곱 시에 아침을 들고 여덟 시엔 세상의 교실로 간다”는 구절은 성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은 그에게 가장 큰 교실이며, 배움은 생을 완성시키는 노동이다. 농부가 흙을 갈고 씨를 뿌리듯, 인간은 경험과 인내로 자신을 가꾼다. 시인은 하루의 시간 속에 성장의 단계를 심어, 인생 전체를 자연의 순환처럼 보여준다.
중반부의 “아홉 시에 졸업장을 품고 열 시엔 꽃잎 같은 사랑을 만나며”라는 대목은 청춘의 찬란함을 노래한다. 사랑은 꽃잎처럼 덧없고도 아름답다. 하지만 “열한 시에 서로의 그림자를 껴안아 정오엔 햇살을 반찬 삼아 점심을 먹는다”는 구절에서 시인은 사랑의 열정이 평온한 삶으로 변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인생의 정오, 그 한낮의 고요함은 삶이 가장 빛나는 시기이자 내리막의 시작점이다. 시인은 그 균형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 시엔 구름 위로 신혼여행을 떠나고, 두 시엔 바람이 흔드는 자궁 속에 생명을 틔운다.” 이 장면은 생명의 연속성을 상징한다. 기쁨이 고요로, 사랑이 생명으로 이어지듯, 인간의 삶도 서로에게 물려주는 존재의 순환이다. “세 시엔 한 송이 눈물 같은 아이가 태어나고, 네 시엔 세상 모든 시간이 그를 축복한다.” 이 구절은 생명의 신비와 감동을 고스란히 담는다.
“다섯 시, 노을이 늙은 얼굴을 비추면 식구들이 둘러앉아 저녁을 기다린다.” 이 순간은 하루의 끝, 그리고 인생의 황혼이다.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의 정경 속에는 평생의 수고가 녹아 있고, 감사와 화해의 빛이 감돈다. 이어지는 “여섯 시, 그는 미소로 유언을 남긴다. 잊지 마라. 오늘이 곧 내일이니, 내일은 없다.”라는 구절은 시 전체를 꿰뚫는 철학적 결론이다. 내일은 약속이 아니라 환상이며, 오직 오늘이 삶의 전부라는 깨달음이 그 속에 있다.
이종식 시인 시의 미학은 꾸밈없는 진심에서 나온다. 그는 자연을 노래하지만, 그 속에 늘 사람의 온기를 담는다. 감나무와 대추나무를 심어 이웃과 나누는 그의 일상은 시의 연장선이며, 그 나눔이 곧 그의 문학이다. 흙을 가꾸는 일이 곧 시를 짓는 일이고, 과실을 나누는 행위가 곧 사랑을 전하는 일이다.
‘하루살이의 명언’은 하루라는 짧은 시간 속에 인생의 전 과정을 담아낸, 단순하면서도 깊은 작품이다. 그 단순함은 결코 가벼움이 아니라, 삶의 진실을 꿰뚫는 무게이다. 시인은 오늘을 영원으로 살며, 매 순간을 감사로 채운다.
원동의 들녘에서 흙을 만지며 시를 쓰는 이종식 시인은, 하루의 끝마다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 삶이란 내일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오늘을 사랑하는 일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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