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파도의 서신 ㅡ청람 김왕식

파도의 서신 2025.10.22
파도의 서신

파도의 서신

밤의 끝자락에서

바다가 천천히 몸을 기울인다

달빛이 잉크가 되어

파도 위에 글을 쓴다

흰 물결마다 문장이 생기고

부서진 조각들이 단어가 된다

그 문장들은 해안을 향해 달려가

모래 위에 잠시 머문다

누군가는 그 흔적을 밟고 지나가고

누군가는 이름처럼 되뇐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지워져야 다시 쓰일 수 있기에

하루의 기억이 물결로 접히고

바람이 그 위를 넘나든다

하늘과 바다가 교차하는 자리

그곳에서 서신은 완성된다

새벽의 첫빛이 바다를 닦아낸다

모든 글자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파도는 자신이 말한 것을 이해한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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