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다, 그 말의 온도 청람 김왕식
시원하다, 그 말의 온도 청람 김왕식 2025.11.02
■
시원하다, 그 말의 온도
청람 김왕식
할배가 손주 손을 잡고
김 서린 세월 속으로 들어간다.
탕 안의 물결은
삶의 주름처럼 잔잔히 흔들리고,
허공엔 웃음이 김처럼 피어난다.
“야야, 이 물에 들어가면
피가 확 돈다, 시원하다.”
그 말 믿은 손주,
하늘빛 눈으로 뛰어들었다가
세상을 통째로 끓여버렸다.
“앗 뜨거워! 죽을 뻔했어!”
손주의 외침 위로
할배의 웃음이 물방울처럼 터진다.
“그게 시원한 거여, 인마,
진짜 뜨거워야 시원한 거지.”
그 말의 온도,
뜨거움과 차가움이 한몸인 말,
우리말은 언제나 그 사이를 걷는다.
막힘이 풀리면 시원하다,
한숨이 끝나면 시원하다.
쌀 팔러 간다 하지만
사실은 사러 가는 길,
말보다 마음이 먼저 통하고
뜻보다 정情이 먼저 닿는다.
우리말은 늘 따뜻하다.
뜨거움 속에도, 냉기 속에도
인정이 김처럼 피어난다.
그날 손주는 알았다.
진짜 시원함은 온도가 아니라
마음이었다.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