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물고기와 마주보기ㅡ 청람 김왕식

물고기와 마주보기 2025.11.03
물고기와 마주보기

물고기와 마주보기

어항 속 금빛이 천천히 돈다.

유리벽 너머 반짝이는 빛이

자유의 얼굴로 나를 속인다.

나는 그 앞에서 오래 숨을 고른다.

바다를 두고도 한줌 물속에서

세상을 다 가진 듯 헤엄치는 저 생.

구속인 줄도 모르고

유영하는 너를 보며

가여워 혀를 찼다.

그때 금붕어가 입을 뻐끔거리며 말한다.

“너도 나다.”

그 한마디가 유리벽을 흔든다.

순간, 최승호의 북어가 떠올랐다.

식료품점 구석에서

말라붙은 혀로 세상을 견디던 자,

진실을 삼킨 채 세월에 걸린 그가

내게 속삭였다.

“너도 북어잖아.”

웃음과 침묵 사이에서

나는 내 어항을 본다.

물 대신 공기로 채운 사회,

유리 대신 제도로 세운 벽.

우리의 호흡은 유리벽에 부딪히고,

꿈은 공기 속에서 메말라 간다.

바다는 멀리 있지 않았다.

나의 시선이

어항 속에 갇혀 있었을 뿐.

오늘도 금붕어는 나를 바라보며 중얼인다.

“너도 나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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