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내 시인의 ‘우화(羽化)’ — 빛으로의 변주, 존재의 성숙을 노래하다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임솔내 시인의 ‘우화(羽化)’ — 빛으로의 변주, 존재의 성숙을 노래하다 2025.11.09
□ 임솔내 시인의 시 ‘우화’
■
*우화羽化
시인 임솔내
어두운 땅속에서 수년 동안
굼벵이로 배회하다 이뤘다는
그의 꿈을 햇살에 비춰본다
속이 비었으므로 빛에 충만하다
칠흑 같은 흙덩이 면벽하고
음 고르며 겹겹의 하안거 동안거
지하 수십 길 낭떠러지의 암자
모시 수의처럼 텅비어서도 꿈에게 바친 날들이 달디단 것일까
저토록 부신 무채색의 집 한 칸
후ㅡ욱 불면 날 듯이 홀훌하고 환한
이 한 순간이
나, 한평생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우화(羽化): 번데기가 날개 있는 엄지벌레로 변하는 것

□ 임솔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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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내 시인의 ‘우화(羽化)’
— 빛으로의 변주, 존재의 성숙을 노래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시인 임솔내의 시 ‘우화’는 ‘번데기가 날개를 얻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내적 변모와 영적 성숙을 투명한 시선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인은 한 생애의 어둠을 견디며 마침내 빛을 품는 과정을 ‘굼벵이의 우화’라는 자연의 은유로 풀어내, 인간 존재의 진실한 시간과 그 너머의 초월을 이야기한다.
첫 연은 땅속의 어둠에서부터 출발한다.
“어두운 땅속에서 수년 동안 / 굼벵이로 배회하다 이뤘다는 / 그의 꿈을 햇살에 비춰본다”라는 구절은 긴 침묵과 고독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꿈의 형상을 보여준다.
시인은 그 어둠을 단순한 결핍으로 보지 않는다. 외려 그것은 빛을 품기 위한 ‘숙성의 시간’이다.
“속이 비었으므로 빛에 충만하다”는 역설의 한 줄은 시의 핵심이다. 비움이 곧 채움이 되고, 어둠이 곧 빛의 전주라는 존재의 순환 논리를 담고 있다.
둘째 연에서 시인은 수행자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칠흑 같은 흙덩이 면벽하고 / 음 고르며 겹겹의 하안거夏安居 동안거冬安居”라는 표현은 불교적 언어를 차용해 영혼의 수행과 내면의 정진을 형상화한다. 이 구절에서 ‘면벽面壁’은 단순한 고독이 아니라, 자신과의 정면 대면이다. 세속의 소음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본질을 응시하는 시간, 그것이 곧 진정한 인간의 ‘하안거’요 ‘동안거’인 셈이다. “지하 수십 길 낭떠러지의 암자”는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깊고 어두운 곳에 있는지를 드러내며, 동시에 그 속에서도 시인은 꿈을 향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모시 수의壽衣처럼 텅비어서도 꿈에게 바친 날들이 달디단 것일까”라는 대목은 고통 속에서 얻은 깨달음의 단맛을 노래한다. 이처럼 임솔내 시인의 언어는 고통을 부정하지 않되, 그것을 인간의 성숙을 위한 필연으로 승화시킨다.
셋째 연에서 시는 결실의 순간으로 옮겨간다.
“후ㅡ욱 불면 날 듯이 홀훌하고 환한 / 이 한 순간이 / 나, 한평생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한평생이 걸릴지도 모를 한 순간’은 인생의 역설을 응축한다. 인간은 한순간의 찰나刹那를 얻기 위해 한평생을 건다.
그 순간이야말로 존재의 진실이 드러나는 ‘우화의 순간’이다. 시인은 그것을 단순한 환희로 그리지 않는다. 외려 한평생의 고통과 기다림이 응축된 절정의 정화精華로 묘사한다.
이 절제된 서정 속에서, 시인의 언어는 빛보다 더 투명한 통찰로 가 닿는다.
시인 임솔내의 시 세계는 외형의 화려함보다 내면의 깊이에 방점을 둔다. 그는 사물을 눈으로 보지 않고, 가슴으로 느낀다.
그의 시에는 ‘본다’보다 ‘느낀다’가 더 많고, ‘말한다’보다 ‘묵묵히 지켜본다’가 더 많다.
시인은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도 생명과 존재의 가능성을 꺼내 보이는 휴머니스트humanist다. 그의 시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흐르고, 그 연민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를 존중하는 지성’의 형태로 발현된다.
시인 임솔내 시의 미의식은 ‘비움의 미학’이라 할 만하다. 그는 과장된 언어를 거부하고, 여백 속의 의미를 추구한다. 시 속에서 흙, 어둠, 침묵은 결핍이 아니라, 빛을 위한 준비된 무대다.
이로써 시인은 “속이 비었으므로 빛에 충만하다”는 명제를 몸소 증명한다. 그의 시에서 ‘우화’는 곧 ‘자기 초월의 은유’이며, 인간이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며 날개를 얻는 과정을 뜻한다.
시인 임솔내의 시는 생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빛의 서사다. 그는 굼벵이의 세계에서조차 성스러움을 발견하며, 그 과정을 통해 ‘빛으로 가는 인간의 노정’을 노래한다.
이 노정은 단순한 변신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 곧 “어둠을 통과해 빛이 되는 존재의 아름다움”이다.
하여, ‘우화’는 한 생명이 겪는 고통과 기다림,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빛의 순간을 통해, ‘성숙이란 얼마나 조용하고도 장엄한가’를 깨닫게 한다. 임솔내 시인은 그렇게 사물을 통해 인간을 보고, 인간을 통해 생명을 읽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우리로 스스로의 흙속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 속에서 빛의 날개를 발견하게 한다.
—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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