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기 시인의 시 '벚꽃나무' 를 읽고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허태기 시인의 시 '벚꽃나무' 를 읽고 2025.11.12■
벚꽃나무
시인 청강 허태기
강변 산책로 줄지어 선
벚꽃나무
봄이면 흰눈 같은 벚꽃이 피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
해를 가린다
가을이면 붉은 단풍
가슴 덥히고
겨울이면 벚꽃 같은
새하얀 눈꽃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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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기 시인의 시 ‘벚꽃나무’ 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허태기 시인의 〈벚꽃나무〉는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인간의 생애와 자연의 순환을 동시에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계절의 변화를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존재의 흐름으로 읽어낸다. 강변 산책로에 줄지어 선 벚꽃나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시간의 축을 지탱하는 생명의 은유다. “봄이면 흰눈 같은 벚꽃이 피고 / 여름이면 짙은 녹음 해를 가린다”는 구절 속에서 생의 환희와 성숙의 무게가 겹쳐진다.
시인은 자연을 바라보는 관조자가 아니라, 그 안에 자신을 비추는 참여자다. 봄의 눈꽃은 탄생의 설렘이자 덧없음의 상징이며, 여름의 녹음은 삶의 깊이와 인내를 뜻한다. 이어 “가을이면 붉은 단풍 가슴 덥히고 / 겨울이면 벚꽃 같은 새하얀 눈꽃 피운다”에서 시인은 열정의 붉음과 순수의 백색을 한 생의 양끝으로 병치시킨다.
벚꽃은 더 이상 봄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계절을 관통하는 생의 정신으로 확장된다.
허태기 시인 시 중심에는 겸허한 생의 윤리가 있다. 피고 지는 일에 저항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며 사계절을 견디는 벚꽃나무는 존재의 품격을 상징한다. 그 속에서 시인은 “변화 속의 변치 않음”이라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자연의 순환을 통해 인간의 도리를 성찰하는 그의 시선에는 세속의 요란함이 없고, 깊은 침묵의 품격이 있다.
그의 언어는 절제되어 있으나 풍요롭다. 장식 대신 여백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그 단순함 속에서 외려 진실의 무게가 드러난다. 허태기의 시는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오래 묵은 침묵이 만든 문장이다.
〈벚꽃나무〉는 계절의 시가 아니라 인간의 시다. 피고 지는 모든 순간이 의미 있고, 스러짐 속에서도 다시 피어나는 생의 의지가 느껴진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다시 피어난다.” 바로 그 믿음이 허태기 시인의 시학이며, 그의 존재를 지탱하는 조용한 빛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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