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문학이 먼저 깨어나는 방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새벽에 문학이 먼저 깨어나는 방 202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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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문학이 먼저 깨어나는 방
김왕식
아침에 눈 뜨면
세상이 먼저 두드린다
유리창의 빛보다 빠르게
카톡 한 줄이 방 안을 가만히 울린다
졸음 스친 손끝으로 문을 열면
늘 같은 이름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순백한 새벽의 문학사랑방
누군가는 시를 들고 들어오고
누군가는 수필의 온도를
살포시 손바닥에 얹어오고
어떤 이는 방금 일어난 소설의 숨을 데려온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
활자보다 숨결이 먼저
해도 뜨기 전인데
방 안은 이미 온기다
늘 먼저 문을 여는 이 있어
찻물 끓여 한 잔 건넨다
“드십시오”
과하지 않은 한마디에
방의 규칙과 예의와 정이 담긴다
모두 각자의 취향대로
시 한 모금으로 마음의 결을 세우고
수필 한 모금으로 창을 열고
소설 한 모금으로 상상의 문을 밀어젖힌다
사랑방 주인장은 언제나 뒤에 앉아
말 대신 미소로 사람을 맞고
누구에게도 떠밀지 않고
누구에게도 소리 높이지 않는다
그 덕스러움이 공기처럼
방 전체를 감싸
서로 다른 목소리를
한 방향의 온기로 흐르게 한다
그때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는 찻잔의 향기가 되고
수필은 바람을 열고
소설은 먼 길의 말발굽 소리가 된다
문장으로 먹는 따뜻한 아침
고독을 덜어주는 건 말이 아니라
이해의 숨결임을
우린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알림 소리가 멎어
문학사랑방이 잠시 닫히면
세상이 비로소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하루를 데운 사람들
문학은 거창하지 않다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매일의 삶을 덥혀주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내일도
새벽의 문이 열리면
그 순백한 방은 다시 우리를 품어줄 것이다
침묵으로도 위로가 되고
글 한 줄로도 하루가 환해지는 곳
눈 뜨자마자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
문학이 먼저 깨어나는 아침의 사랑방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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