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꽃울음으로 세상을 건너는 영혼 ― 양금희 시인의 〈꽃에게 속삭인다〉를 읽고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꽃울음으로 세상을 건너는 영혼 ― 양금희 시인의 〈꽃에게 속삭인다〉를 읽고 2025.12.03
꽃울음으로 세상을 건너는 영혼 ― 양금희 시인의 〈꽃에게 속삭인다〉를 읽고

□ 양금희 시인의 시가 벨기에 ATUNIS GALAXY POETRY에 소개되었다

꽃에게 속삭인다

시인 양금희

아름다움의 절정에 선 꽃도

그 색채를 지탱하려면

무게를 견뎌야 한다.

지나간 시간은 향기가 되어

상처를 미화하고,

새로운 아침은

두려움의 그림자를 안고 핀다.

꽃은 제 자리에서

웃음과 눈물의 공명을

꽃울음으로 받아낸다.

탐진치(貪瞋癡)의 불꽃을

고귀한 숨결로 식히며,

깨달음의 꽃대궁을 따라

고뇌의 잔재마저

진리의 색으로 물들인다.

그리하여,

몸과 마음이 모두 땅에 닿는

오체투지의 순간

그것이야말로

화양연화(花樣年華)라 부르는

영혼의 개화다.

꽃울음으로 세상을 건너는 영혼

― 양금희 시인의 〈꽃에게 속삭인다〉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양금희 시인의 시가 벨기에 ATUNIS GALAXY POETRY에 소개되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외연의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일상의 가장 미세한 진동에서 보편의 울림을 이끌어 올리는 시인임을 세계가 확인한 일종의 증명이다.

그의 시는 한국적 정서의 뿌리에 서 있으면서도 인류 보편의 영혼에게 닿는 결을 지닌다. 바로 그 보편성의 힘이 이번 소개를 가능하게 했다. 〈꽃에게 속삭인다〉는 그러한 시인의 시학을 가장 응축된 형태로 보여준다.

시인은 꽃을 빌려 인간을 말하고, 자연의 한 생애를 통해 영혼의 노정을 드러낸다. 꽃은 아름다움의 상징이지만, 양금희 시에게서 꽃은 빛나는 표면의 장식물이 아니다. 그는 “아름다움의 절정에도 무게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며, 한 존재가 자기 색을 견뎌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내적 무게를 정확히 짚어낸다.

이 구절은 시인의 오랜 삶의 태도와도 닮아 있다. 그는 어떤 화려함조차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감당한 인내의 시간이 그 색을 떠받친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은 사람이다.

지나간 시간은 “향기”가 된다. 상처조차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미화되는 이 조용한 진술은, 시인이 삶의 깊은 층위를 경험한 사람이라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양금희 시인의 시에서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고통을 덜어내고 의미를 남기는 정화의 장치다.

그는 세월의 균열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외려 상처가 스스로 향기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자의 겸허와 관조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시는 슬픔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슬픔이 지닌 본래의 빛깔을 환하게 드러낸다.

“꽃울음”이라는 표현은 양금희 시인이 발견한 세계 고유의 은유다. 그는 웃음과 눈물의 공명이 하나의 울림으로 합쳐져 꽃의 생애를 이루는 과정을 포착한다. 꽃울음은 인간의 울음이면서, 동시에 자연의 울음이다. 피어나기 위해 흙의 어둠을 견딘 시간, 바람에 상처 입고도 다시 피어 오르는 생의 의지, 그리고 그 모든 움직임 속에 배어 있는 고요한 눈물. 이 모든 것이 꽃울음이라는 하나의 상징으로 수렴된다. 이 은유는 시인의 내면에서 오랜 시간 길러진 영혼의 언어이며, 그가 세계와 교류하는 방식이다.

탐진치貪瞋癡—욕망·분노·어리석음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속성—을 꽃의 ‘숨결’로 식히는 장면은 시적이면서도 수행적이다. 꽃이 인간의 번뇌를 대신 소멸해주는 존재로 재해석될 때, 시의 공간은 현실을 넘어선 수행의 길이 된다. 그 수행의 노정은 “깨달음의 꽃대궁”이라는 상징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오체투지의 순간”에 도달한다. 양금희의 시는 도식적인 종교성이 아니다. 그는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몸과 마음이 땅에 닿는 그 절대의 겸허를 꽃의 몸짓으로 보여준다. 그 순간이야말로 그가 말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 즉 영혼이 피어나는 찰나다.

양금희 시인의 삶을 아는 이라면, 그의 시가 단순한 묘사나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낸 삶의 깊이에서 이끌어 낸 고요한 진실임을 알 것이다. 그는 세상을 화려함보다 빛의 결로 바라보고, 고통의 표면보다 고통을 견디는 중심을 본다.

하여,

그의 시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정신의 축이 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시가 국경을 넘어 세계적 공명을 일으키는 힘이다.

〈꽃에게 속삭인다〉는 결국 한 존재가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고, 상처를 향기로 바꾸고, 번뇌를 맑은 숨결로 녹여내며, 마침내 영혼의 꽃을 피워내는 과정을 정제된 언어로 기록한 시다. 양금희 시인은 세계의 무수한 빛과 그림자를 통과하며, 그 태도의 절제와 깊이를 통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색을 완성해왔다. 이번 해외 등재는 시인이 쌓아온 내면의 결실이 세계의 독자에게도 닿았다는 증거이며, 그가 앞으로 열어갈 새로운 문학적 지평의 서막이기도 하다.

꽃에게 속삭이던 시인의 음성은 이제 국경을 넘어 전 인류에게 속삭인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견딘 무게에서 비롯된다.”

그 말은, 양금희 시인이 평생을 걸어온 길의 또렷한 증언이기도 하다.

ㅡ청람 김왕식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

  1.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