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최임순 시인의 시 <동백 빛 월이( 月伊)> ㅡ동백의 피로 역사를 밝히는 시적 의기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최임순 시인의 시 <동백 빛 월이( 月伊)> ㅡ동백의 피로 역사를 밝히는 시적 의기 2025.12.03
최임순 시인의 시 <동백 빛 월이( 月伊)> ㅡ동백의 피로 역사를 밝히는 시적 의기

□ 최임순 시인

동백 빛 *월이( 月伊)

시인 최임순

*소소강 핏빛 강물

달빛이 슬피 울 때

한 떨기 동백되어

그 이름 동백 월이

의기 속 피어난 달빛

영원하리 역사의 혼

*월이( 月伊) ㅡ 경남 고성군 의기(義妓)

*소소강 ㅡ 고성에 있는 강

동백의 피로 역사를 밝히는 시적 의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최임순 시인의 ‘동백 빛 월이’는

한 인물의 전설을 노래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역사의 어둠 속에서도 의기(義妓)의 정신을 동백꽃의 피빛으로 이끈 작품이다.

짧고 절제된 시조 형식 아래 숨겨진 정서는 민초의 이름 없는 의로움을 향한 시인의 깊은 경의이며,

고통과 희생을 향한 진중한 사유가 맑게 배어 있다.

첫 구절의 “소소 강 핏빛 강물 / 달빛이 슬피 울 때”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저항과 슬픔이 뒤섞인 역사적 비애를 응축한 이미지다.

최임순 시인은 장식적 감정을 배제하고

단 몇 개의 단어로 시대의 상흔을 끌어내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 절제 속에서 외려 더 큰 울림이 발생한다.

이어 “한 떨기 동백되어 / 그 이름 동백 월이”라는 구절은 월이의 존재를 꽃 한 송이로 응축하며 의로움의 순결성을 상징화한다.

동백은 피고 지는 순간마저도 단정하지만,

그 단정함 뒤에는 피처럼 붉은 헌신이 있다.

시인은 그 상징을 정확히 붙잡아

역사가 잊은 이름을 다시 꽃으로 되살린다.

마지막 연 “의기(義妓) 속 피어난 달빛 / 영원하리 역사의 혼”은

개인의 비극이 공동체의 정신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월이의 죽음에 멈추지 않고,

그 의로움이 ‘역사의 혼’으로 지속된다는 선언은 시인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가치철학—즉 약자를 위한 존경, 의로움에 대한 찬사, 인간 존엄의 회복—을 그대로 드러낸다.

최임순 시인의 작품 미의식은

화려함보다 단정함을,

감정의 넘침보다 의미의 깊이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확고히 서 있다.

이 시에서도 불필요한 감정의 과장 없이 이미지와 상징만으로 인물의 기개를 세우고, 역사의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이름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

그 절제의 미학은 시조라는 전통 형식과도 정확히 맞물려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울림을 남긴다.

결국 ‘동백 빛 월이’는 고성의 한 의기(義妓)가 아니라

모든 이름 없는 이들의 의로움을 향해 바친 시인의 품격 있는 헌사이자,

역사를 향한 그의 따뜻한 책임 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최임순 시인의 문학이 지닌 사유의 깊이와 도덕적 결이

이 짧은 시 한 편 안에서 더욱 빛난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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