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의 방향, 이림 선생 ㅡ 김왕식
느티나무의 방향, 이림 선생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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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의 방향, 이림
김뫙식
이림 선생은
위로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사람 쪽으로 그늘을 펴는
큰 느티나무다
명예의 높이를 재지 않고
출세의 방향을 묻지 않는다
그가 먼저 감지하는 것은
사람의 체온이다
화려한 이름이 불릴 때에도
귀는 낮은 숨결을 향하고
빛나는 자리에 서 있을 때에도
시선은 그늘로 기운다
천의 결을 읽는 손은
박수보다
손을 잡는 일에 익숙하고
노래하는 숨은
환호보다
위로에 가까이 있다
느티나무 아래
평상 하나 놓이면
사람들은
자기 속도를 되찾는다
서로의 체온이
말보다 먼저 닿고
침묵조차
따뜻해진다
그늘에는
이름이 없다
지위도 없다
오직
쉬어도 된다는 허락만 있다
사람들뿐 아니라
작은 짐승들
지친 바람까지
경계 없이 머문다
그는
높이 오르지 않아도
이미 많은 생을 덮고 있다
명예와 출세가 아닌
사람의 온기를 선택한 자리
그곳에서
이림 선생은 오늘도
큰 느티나무로
조용히 서 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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