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는 아침 ㅡ 청람 김왕식
숨고르는 아침 202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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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는 아침
주일 아침은 늘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창을 여는 손길이 조심스러워지고, 숨을 고르는 호흡마저 스스로 속도를 늦춘다. 어제까지 마음을 가득 채우던 말들과 생각들은 이 시간 앞에서 자연스레 물러난다. 무엇을 이루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는 잠시 중요하지 않다. 하루를 여는 첫 자세는 오직 하나, 내려놓음이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몸을 굽히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높이를 조정하는 일이다. 세상의 중심에 서 있으려던 나를 한 걸음 뒤로 물리고, 판단과 계산으로 가득했던 자리에 침묵을 앉힌다. 그 침묵 속에서 비로소 들리는 것은 나의 소리가 아니라, 하루를 맡겨도 좋다는 대자연의 고요한 허락이다. 인간이 스스로를 낮출 때, 하루는 그제야 감당할 만한 크기로 다가온다.
겸허함은 결코 약해지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단단한 선택이다. 모든 것을 붙들고 통제하려 할 때 삶은 쉽게 부서지지만, 내려놓을 줄 아는 마음은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 하루를 완벽히 지배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다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바르게 살아가겠다는 다짐 하나를 품는다. 그 다짐만으로도 하루는 이미 충분히 충만하다.
덕스러운 마음은 요란하지 않다. 앞자리에 서지 않아도 되고, 인정받지 않아도 스스로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 조용히 따르고, 판단보다 이해가 앞선다. 누군가의 느린 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작은 실수 앞에서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 태도. 덕은 그렇게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하루를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
기도는 무엇을 바꾸기 위한 주문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정직한 멈춤이다. 흔들린 마음의 각도를 바로잡고, 불필요한 긴장을 풀어내는 시간이다. 이 멈춤이 있기에 하루는 서두르지 않고, 관계는 덜 상처받는다.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에서 한 발 물러나 인간으로 살아가는 최소한의 품위를 회복하는 시간이다.
주일 아침의 사색은 하루 전체의 표정을 결정한다. 이 시간에 품은 겸허함은 저녁까지 이어져 말의 온도를 낮추고, 선택의 방향을 곧게 만든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작한 하루는 오히려 가볍고, 덕스러운 마음으로 연 하루는 쉽게 어지러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오늘을 시작한다. 조용히, 낮게, 그러나 단단하게.
불현듯 가슴 깊은 곳에서 감동이 밀려온다. 말로 다 담기지 않는 이 먹먹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곰곰이 돌아보면, 그것은 채움에서가 아니라 비움에서, 요구에서가 아니라 감사에서 비롯된 평정심일 것이다. 이미 주어진 하루, 숨 쉬는 자연, 무릎 꿇을 수 있는 겸허함 앞에서 마음은 스스로 맑아진다.
겸허히 무릎 꿇고 기도하는 하루.
그 하루가 삶 전체를 조용히 들어 올린다.
이 고요하고 성스러운 감동 속에서, 인간은 다시 사람다워진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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