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윤동주의 시 <종달새> ㅡ노래하는 새와 노래하지 못하는 시인, 봄날의 불일치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윤동주의 시 <종달새> ㅡ노래하는 새와 노래하지 못하는 시인, 봄날의 불일치 2025.12.16
윤동주의 시 <종달새> ㅡ노래하는 새와 노래하지 못하는 시인, 봄날의 불일치

□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종달새

윤동주

종달새는 이른 봄날

질디진 거리의 뒷골목이

싫더라.

명량한 봄하늘,

가벼운 두 나래를 펴서

요염한 봄노래가

좋더라,

그러나,

오늘도 구멍 뚫린 구두를 끌고,

훌렁훌렁 뒷거리 길로

고기새끼 같은 나는 헤매나니,

나래와 노래가 없음인가

가슴이 답답하구나

■ 청람 시평

윤동주의 시 <종달새>

ㅡ노래하는 새와 노래하지 못하는 시인, 봄날의 불일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윤동주의 <종달새>는 봄의 시가 아니다.

이 시는 봄과 어긋난 존재가 겪는 비상의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봄은 왔고, 하늘은 명량하며, 종달새는 가벼운 두 나래를 펴 노래한다.

그러나 시의 화자는 그 명랑한 봄의 리듬에 끝내 합류하지 못한다.

시의 첫 장면에서 종달새는 이른 봄날, 질척한 뒷골목을 싫어한다.

새는 본능적으로 땅의 무게를 거부한다.

명량한 봄하늘과 요염한 봄노래를 택한다.

여기서 종달새는 단순한 새가 아니라, 자유롭게 비상하는 존재의 표상이다.

노래와 날개를 동시에 지닌 이상적 형상이다.

허나,

‘그러나’ 이후, 시의 시선은 급격히 아래로 떨어진다.

화자는 구멍 뚫린 구두를 끌며 뒷거리 길을 헤맨다.

‘훌렁훌렁’이라는 의성어는 가난과 피로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는 스스로를 “고기새끼 같은 나”라고 부른다.

이는 하늘의 새와 대비되는 물속의 생명, 즉 비상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자조다.

이 시에서 가장 아픈 질문은 마지막에 놓인다.

“나래와 노래가 없음인가 / 가슴이 답답하구나.”

윤동주는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날개가 없는가, 노래가 없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자기비하가 아니다.

시인은 알고 있다.

날개와 노래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현실이 허락해야 가능한 것임을.

윤동주는 종달새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종달새의 세계와 자신의 세계가 겹칠 수 없음을 정확히 인식한다.

하여,

이 시는 낭만적 동경이 아니라,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차가운 자각의 시다.

봄은 와도 모두에게 같은 봄은 아니다.

누군가는 노래하고,

누군가는 침묵 속에서 답답한 가슴을 끌고 걷는다.

윤동주는 바로 그 침묵하는 쪽의 목소리를 남긴다.

노래하지 못하는 자의 정직한 언어,

그것이 <종달새>의 본질이다.

■ 오산학교 제자 달삼과 문예교사 청람의 대화

― 달삼과 청람, “왜 그는 날지 못했다고 말했을까”

달삼은 시를 다 읽고 나서 한숨처럼 말했다.

“선생님…

이 시는 왠지 더 쓸쓸해요.

봄인데도 하나도 설레지 않아요.”

청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달삼아.

이 시는 봄의 시가 아니라

봄에 설 수 없었던 사람의 시다.”

달삼은 종달새 부분을 가리켰다.

“종달새는 너무 자유롭잖아요.

윤동주는 왜 굳이 새를 앞에 세웠을까요?”

청람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종달새는 하늘을 나는 새이면서 동시에 노래하는 새다.

윤동주에게 날개는 자유이고,

노래는 시였다.”

“그럼 윤동주는…

자기한테 둘 다 없다고 생각한 건가요?”

청람은 고개를 저었다.

“없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쓸 수 없다고 느낀 거다.

시대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삼은 ‘구멍 뚫린 구두’를 다시 읽으며 물었다.

“왜 이렇게 구체적으로 가난을 드러냈을까요?

그냥 마음이 힘들다고 해도 됐을 텐데요.”

청람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윤동주는 현실을 건너뛰지 않았다.

시가 하늘로 날기 전에

발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를 먼저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달삼은 마지막 구절에서 멈췄다.

“‘나래와 노래가 없음인가’

이 말이 계속 맴돌아요.”

청람은 천천히 말했다.

“그건 질문이 아니라

시인이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시험문제다.

날개 없이도 노래할 수 있는가,

노래 없이도 인간으로 설 수 있는가를 묻는 거지.”

달삼은 조용히 물었다.

“그럼 윤동주는 결국 노래했나요?”

청람은 미소를 지었다.

“이 시 자체가 그 대답이다.

날지 못했어도,

그는 끝내 노래를 남겼다.”

달삼은 시집을 덮으며 말했다.

“선생님…

그럼 이 시는 실패의 시가 아니라…”

청람이 말을 이었다.

“그래.

현실을 속이지 않은 시의 성공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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