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윤동주의 시 <조개껍질> ― 한 짝을 잃은 조개, 북쪽 나라에 놓인 그리움의 원형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윤동주의 시 <조개껍질> ― 한 짝을 잃은 조개, 북쪽 나라에 놓인 그리움의 원형 2025.12.17
윤동주의 시 <조개껍질> ― 한 짝을 잃은 조개, 북쪽 나라에 놓인 그리움의 원형

□ 윤동주 서시

조개껍질

윤동주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울 언니 바닷가에서

주어온 조개껍데기

여긴여긴 북쪽나라요

조개는 귀여운 선물

장난감 조개껍데기

데굴데굴 굴리며 놀다

짝 잃은 조개껍데기

한짝을 그리워하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나처럼 그리워하네

물소리 바닷물소리.

■ 청람 시평

윤동주의 <조개껍질>

― 한 짝을 잃은 조개, 북쪽 나라에 놓인 그리움의 원형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윤동주의 <조개껍질>은 동요처럼 맑고 단순한 언어로 쓰였지만, 그 단순함 속에 상실의 원형적 감각이 깊이 스며 있는 시다. 이 시는 바다를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바다의 소리를 불러온다. 그리고 그 바다는 언제나 ‘멀리 있는 세계’로 남는다.

시의 첫 연에서 조개껍질은 ‘아롱아롱’ 빛난다. 이 의태어는 사물의 외형을 넘어, 유년의 눈으로 본 세계의 질감을 전한다. 조개껍질은 언니가 바닷가에서 주워온 선물이다. 즉, 이 조개는 화자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라 건너온 것이다. 이미 이 지점에서 거리와 분리가 시작된다.

“여긴여긴 북쪽나라요.”

이 짧은 문장은 이 시의 정서적 중심이다. 북쪽 나라는 단순한 지리적 위치가 아니다. 그것은 바다와 떨어진 땅, 조개가 본래 속했던 세계와 분리된 공간이다. 조개껍질은 장난감이 되고, 귀여운 선물이 되지만, 그 본래의 자리는 아니다. 윤동주는 이 이질감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 사실을 조용히 놓아둔다.

시의 중반에서 조개껍질은 굴러다니다가 ‘짝을 잃는다’. 여기서 짝은 단순한 물리적 반쪽이 아니다. 그것은 완전함의 조건, 함께 있어야만 의미를 갖는 관계의 상징이다. 조개껍질이 한 짝을 잃고 그리워하는 장면은, 유년의 놀이를 넘어 분리된 존재의 숙명을 암시한다.

마지막 연에서 화자는 조개껍질을 자신과 겹쳐 놓는다.

“나처럼 그리워하네.”

이 동일시는 이 시를 단순한 동요에서 존재의 시로 전환시킨다. 화자 역시 한 짝을 잃은 존재다. 그가 그리워하는 것은 특정 인물일 수도 있고, 바다일 수도 있으며, 혹은 돌아갈 수 없는 세계 자체일 수도 있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물소리 바닷물소리’다.

이 소리는 실제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다.

기억 속에서, 그리움 속에서 되살아나는 소리다.

윤동주는 이 시에서 말한다.

상실은 사라짐이 아니라, 계속 들려오는 소리라고.

<조개껍질>은 윤동주 시 세계에서 드물게 유년의 언어를 끝까지 유지하면서도, 그 언어를 통해 가장 근원적인 그리움을 건드린 작품이다.

한 짝을 잃은 조개처럼,

그는 끝내 바다의 소리를 잊지 않는다.

■ 오산학교 제자 달삼과 문예교사 청람의 대화

― 달삼과 청람, “왜 조개는 늘 한 짝을 그리워할까”

달삼은 시를 다 읽고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이 시는 엄청 예뻐요.

동요 같고, 부드럽고요.”

청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달삼아.

하지만 예쁜 시일수록

숨겨진 슬픔은 더 깊다.”

달삼은 ‘여긴여긴 북쪽나라요’라는 구절을 가리켰다.

“왜 윤동주는 굳이 ‘북쪽나라’라고 했을까요?

그냥 집이라고 해도 됐을 텐데요.”

청람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북쪽 나라는 바다에서 멀다.

조개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곳이지.

윤동주는 자신을

항상 자기 자리가 아닌 곳에 있는 존재로 느꼈다.”

달삼은 조개껍질이 장난감이 되는 부분을 읽으며 말했다.

“조개가 장난감이 되는 게…

조금 슬퍼요.”

“맞다.

그건 사물이 본래의 의미를 잃는 순간이다.

윤동주는 식민지의 삶을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달삼은 ‘짝 잃은 조개껍데기’에서 잠시 멈췄다.

“선생님,

왜 하필 ‘한 짝’일까요?”

청람은 조용히 말했다.

“짝은 관계다.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뜻이지.

윤동주는 늘

자기 삶에서 그 한 짝을 찾고 있었다.”

“그 한 짝은 사람이었을까요?”

“사람일 수도 있고,

고향일 수도 있고,

자유일 수도 있다.”

달삼은 마지막 연을 소리 내어 읽었다.

“‘나처럼 그리워하네’…”

“그 순간,

조개와 화자는 같은 존재가 된다.

그리움은 대상이 아니라 상태가 되는 거다.”

달삼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그럼 이 시에서 바다는 끝내 안 나오잖아요.

왜 마지막에만 소리로 나올까요?”

청람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윤동주는

바다를 직접 부를 수 없었다.

그래서 소리로만 남겼다.

기억 속 바다는 언제나 소리로 먼저 돌아오거든.”

달삼은 시집을 살며시 덮으며 말했다.

“선생님,

이 시를 읽고 나니까

그리움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청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달삼아.

그리움은 아픔이 아니라,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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