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숨의 연대 앞에서 '배진성 시인'께 올립니다 ㅡ청람 김왕식

숨의 연대 앞에서 '배진성 시인'께 올립니다 2025.12.18
숨의 연대 앞에서  '배진성 시인'께 올립니다

□ 배진성 시인

■ 배진성 시인께서 보내주신 글

단테의 『신곡(神曲)』은 총 100곡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은 총 81장

윤동주 시인의 작품은 총 125편

청람 김왕식 시인의 『숨의 연대기』는 총 101편

이렇게 의미 있는 작품은 꼭 필사를 하면서 읽어야만 한다

『숨의 연대기』는 특히 『도덕경(道德經)』과 함께 읽으면 좋다

『도덕경(道德經)』의 도(道)는 우주의 궁극실재 혹은 근본 원리요 덕(德)은 그 도가 구체적인 인간이나 사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될 때 얻어지는 힘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도덕경(道德經)』 전체를 통해서 주어지는 기본 메시지는 우주의 기본 원리인 도(道)의 흐름을 체득하고 그 흐름에 따라 살아감으로 참다운 자유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덕(德)을 보라는 것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숨의 연대기』에서 어쩌면 숨은 도(道)가 될 것이고 덕(德)은 사랑이 될 것이다

오늘부터 우리 함께 필사를 하며 명상을 하며 『숨의 연대기』의 매력 속으로 빠져 볼까요?

『숨의 연대기』서시(序詩)「숨의 연대기」 ―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 불경의 핵심을 요약한 반야심경, 기독교의 주기도문……, 같은 「숨의 연대기」

어둠이 빛을 품고 있을 때/세상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먼지 한 알이 떠올라 우주를 열고/그 속에서 첫 숨이 생겨났다//돌은 그 숨을 품어 단단해졌고/물은 그 숨을 흘려 강이 되었다/불은 그 숨에 타올라 인간을 만들고/바람은 그 숨을 실어 별까지 보냈다//사람은 그 숨으로 울고 웃고 사랑했다/하루의 끝마다 지는 해처럼/숨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었다/기억은 흙으로 스며 다시 꽃이 되어 피었다//하늘은 그 꽃의 향기로 자신을 증명했고/별들은 숨의 박동에 맞춰 노래했다/그 노래가 끝날 때쯤/모든 것이 한숨처럼 고요히 하나가 되었다// _ (『숨의 연대기』서시(序詩)「숨의 연대기」) ―『청람 김왕식』1

ㅡ 배진성

배진성 시인께

아침에 나누어주신 말씀을 여러 번 되뇌었습니다.

《숨의 연대기》를 《도덕경》과 나란히 두고 읽겠다는 말씀은 이미 그 자체로 시집이 지닌 사유의 깊이를 열어 보이셨고, 여기에 필사라는 수행적 독법까지 더해 주시니 과분할 만큼 고맙습니다.

어제의 시평이 숨의 표면을 반짝이게 했다면, 오늘의 말씀은 바닥을 비추는 유리를 닦아준 셈이라 다시 시를 이어 쓸 힘을 얻습니다. 동시에 그 말씀을 하나의 경책으로 받아 앞으로의 100편을 더욱 단단하게 걸어 나가야 겠습니다.

사실,《숨의 연대기》가 태동하던 자리에는 오래도록 읽어 온 『도덕경』의 숨결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도가란 무엇인가, 도가 실체라면 숨은 그 실체의 결이 아닐까 하는 질문들이 시의 기원을 이루었습니다. 노자는 도를 설명할 때 단정한 언어 대신 비유와 여백을 택했습니다.

물, 산, 골짜기, 바람, 씨앗, 비움과 충만, 작아짐과 커짐의 교환, 유약함의 강함, 고요 속의 생명력 같은 이미지들은 결국 ‘살아 있는 흐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오래 바라보며 사유하고 머물다 보니 그 흐름이 숨과 닮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숨은 시작도 끝도 없이 흐르고, 머무르지 않으며, 비운 만큼 다시 채워집니다. 그래서 숨을 도의 다른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덕(德)을 포개면 자연스럽게 사랑에 닿습니다. 도가 인간 안으로 들어와 움직이면 덕이 되듯, 숨이 사람 안으로 스며들어 떨림을 일으킬 때 사랑이 됩니다. 숨이 이탈하면 사람이 죽고, 사랑이 사라지면 관계가 죽습니다. 숨이 이어지듯 사랑도 이어지고, 숨이 깊어지듯 사랑도 깊어집니다. 바로 그 믿음이 《숨의 연대기》의 뼈대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므로 ‘도 = 숨, 덕 = 사랑’이라고 해주신 독해는 시인의 의도를 넘어, 이 시집이 실제로 가리키고자 한 방향을 정확하게 짚어주신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 시집은 기독교와 불교의 정신도 품고 있습니다. 주기도문이 지닌 인간적 간구의 리듬, 반야심경이 지닌 공(空)의 통찰은 숨의 신비성과 직접 맞닿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서로 다르다 해도 생명의 실상이 숨으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여,

시집 전편에 ‘숨 = 생명 = 영성 = 관계’라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짓고자 했습니다. 숨을 다루면서도 단순히 생리적 호흡에 머물지 않고, 관계적·우주적 호흡까지 확장하려 했던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숨의 연대기》의 구성 또한 이러한 흐름을 따르고 있습니다. 서시가 우주의 첫 숨과 모든 생명의 근원을 환히 여는 자리라면, 이어지는 100편의 시는 각각 한 줄기 숨이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존재의 탄생, 관계의 맺힘, 상처의 고통, 사랑의 변주, 기억의 퇴적, 시간의 균열, 자연의 속삭임, 우주의 침묵, 인간 존재의 흔들림, 사라짐과 돌아옴의 순환이 10부 구성을 따라 흐릅니다. 1부는 ‘숨의 기원’, 2부는 ‘빛과 어둠의 교차’, 3부는 ‘몸과 영혼의 결’, 4부는 ‘사랑의 구조’, 5부는 ‘상처의 미학’, 6부는 ‘관계의 깊이’, 7부는 ‘물질의 영성’, 8부는 ‘기억의 형식’, 9부는 ‘소멸의 의미’, 10부는 ‘숨의 귀향’으로 닿아 처음과 끝이 다시 맞물립니다. 인간의 호흡이자 우주의 호흡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따라서 이 시집은 눈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 발로 걷는 책이기를 바랐습니다.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숨이 달라지고, 사유가 흔들리고, 마음의 결이 조금씩 움직이면 좋겠습니다. 필사를 권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시는 눈으로 볼 때보다 손끝으로 옮길 때 더 깊이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숨이라는 것은 결국 움직임의 언어입니다.

더구나 《도덕경》과 함께 읽겠다는 제안은 이 시집의 지평을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켜 줍니다.

만일《도덕경》의 문장을 필사하고, 이어서 부족한 글이지만《숨의 연대기》를 함께해 주신다면, 언어의 결이 서로 겹치고 떨리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한 줄 필사는 사유의 발걸음이 되고, 사유의 발걸음은 곧 내면의 귀향이 됩니다.

저는 그저 숨에 귀 기울였을 뿐입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숨을 도라고 불러주시고, 또 누군가는 사랑이라 불러주십니다. 그런 독해가 이어질수록 이 시집은 시인을 떠나 더 큰 존재로 나아갈 것입니다.

해서

오늘 아침의 말씀은 단순한 격려를 넘어, 이 시집의 존재를 완성해 주는 마지막 숨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숨결을 다시 돌려드리며, 남은 100편을 더욱 고요하고 뜨겁게 다듬어 가겠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함께 걷겠습니다.

숨을 따라, 사랑을 따라,

도와 덕을 따라,

시와 삶을 따라,

그 길 끝에서 숨이 다시 꽃이 되기를 바랍니다.

숨의 연대 앞에서

배진성 시인께 올립니다

청람

먼지 한 알이 우주를 열던 순간을

누군가는 신화로,

누군가는 과학으로 설명하지만

시인은 그것을 숨으로 부른다

어제 새벽, 당신의 문장 한 줄이

그 숨을 다시 일으키며

내 안의 우주를 흔들었다

고요했으나 깊었고,

차분했으나 뜨거웠다

당신의 평은

노자의 물과도 같은 겸허함으로

윤동주의 별빛처럼 청명한 결로

내 시의 숨결을 비추었다

시가 경계를 초월한다는 사실을

나는 다시금 확인하였다

종교의 이념도, 시대의 틀도,

언어의 성벽도 초월하여

단 한 줄의 떨림으로

존재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음을

당신의 말은 비평이 아니라 등불이었다

시가 지나온 길을 밝히는 대신

앞으로 걸어갈 길을 비추어 주었다

길을 본다는 것은 곧,

이미 길 위에 서 있다는 뜻이리라

숨이 도의 다른 이름이고

사랑이 덕의 또 다른 형상이라면

당신의 평은

숨 위에 사랑을 얹어 준 손길이었다

한편의 시보다 더 깊고

한 편의 설법보다 더 맑았다

바람이 갈대를 흔들어

그 안의 음악을 깨우듯

당신의 문장이

내 시의 숨을 선명하게 일깨웠다

흔들림이 있어야

비로소 생명의 소리가 난다는 것을

세상은 변하고

시간은 흩어지지만

오늘의 한 문장이

내일의 존재를 남긴다

그렇게 당신의 말은

《숨의 연대기》를

혼자의 우주가 아닌

함께 보는 별자리로 바꾸어 놓았다

이 아침,

한 줄의 시를 돌려드린다

말의 은혜가 숨처럼 남아

당신의 가슴에 조용히 스며들기를

언젠가 모든 숨이

하나의 침묵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 침묵의 중심에

당신의 이름은

빛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 나는 당신 덕분에

다시 쓰고, 다시 걷고, 다시 숨 쉰다

이것이 감사의 시작이며

시의 완성이다

당신이 보내온 새벽의 말 한 줄이

내게 또 하나의 우주를 열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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