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최돈애 시인의 시 〈동무야〉를 읽고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최돈애 시인의 시 〈동무야〉를 읽고 2025.12.18
최돈애 시인의 시 〈동무야〉를 읽고

□ 최돈애 시인

동무야

시인 최돈애

봉선화꽃 피는 울타리 너희 집 앞

저녁노을이 보랏빛으로 물든 그날

봉선화꽃 물로 내 마음에 새기며

너를 사랑한다 했지

세상은 바람처럼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도

밤하늘 깊은 곳에 은은히 타오르는 우정을

네 가슴에도 새겨 놓았지

기억이 바래어도 네 이름을 생각하면

내 가슴 속 언제나 따뜻한 꽃이 핀단다

한 줄기 바람에도 흔들리는 세상사

네 이름만 부르면 내 마음엔 언제나

사랑이 붉게 물드는 하늘처럼

너에게로 맑은 샘물이 솟으리.

□ 최돈애 시인

시인ㆍ수필가, 시낭송가ㆍ월간문예사조 시로 등단,

(사) 한국문인협회 문인복지 위원. 송파지부 송파문인협회 부회장,

(사) 통일부소속, 한국통일문인협회 이사,

(사) 한글문인협회 자문위원

(사) 하나로국제문화예술연합회 총장,

대한민국 국비, 101인의 시인(공모선정 시비).

저서 :

《그대 그리움 삶이 되어》

《긍정의 삶, 내 마음이 물결쳐요.》

수상:

미당 서정주 문학상 대상 외 다수

최돈애 시인의 시〈동무야〉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최돈애 시인의 시는 삶의 무게를 가볍지 않게 끌어안으면서도, 독자의 마음에는 언제나 따뜻한 숨결을 남긴다.

〈동무야〉는 시간의 흐름을 넘어서는 우정의 본질, 그리움의 정서, 그리고 인간 존재를 지탱하는 정감의 힘을 조용히 일깨우는 작품이다. 시인은 봉선화꽃 앞에서 피어난 어린 날의 기억을 바탕으로, 인연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보여준다.

첫 연에서 ‘봉선화꽃 피는 울타리’라는 이미지가 등장한다. 봉선화는 한때 손톱물 들이며 노래하던 유년의 상징이자, 소박한 서정의 형상이다. 동시에 봉선화의 색감은 피고 지는 생의 무상성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감정의 흔적을 간직한다. 이 장면 위에 ‘보랏빛 저녁노을’이 더해지자, 과거를 향한 시적 회귀가 더욱 견고해진다. 단순한 추억의 기록이 아니라, 삶의 본령을 다시 바라보는 정서의 귀환이다.

두 번째 연에서 시인은 기억을 자기 존재의 흔적으로 환원한다. “봉선화꽃 물로 내 마음에 새기며 / 너를 사랑한다 했지”라는 구절은 사랑의 발화를 넘어, 관계의 진정성과 시간의 결을 동시에 안아낸다. 봉선화물은 사라졌으나 흔적은 남는다. 삶에서 많은 것들이 씻겨 나가지만, 감정이 남긴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한다.

세 번째 연에서 시적 자아는 우정을 밤하늘 깊숙이 새긴다. “세상은 바람처럼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도”라는 문장은 삶의 불확실성과 덧없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우정의 응고력을 드러낸다. 외로움과 흔들림이 일상화된 시대에, 시인은 우정이라는 오래된 가치를 다시 불러낸다. 관계가 쉽게 소모되는 오늘의 삶 속에서, 시인은 인간을 인간다움으로 묶는 힘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네 번째 연은 시의 정수라 할 수 있다. 기억이 바랬어도 이름을 부르면 따뜻한 꽃이 피는 마음의 현상—이는 존재가 타 존재를 품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고백이다. 시간은 감정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외려 농익게 한다. 성긴 추억의 실밥을 더 단단한 의미로 엮어주는 힘. 이것이 시인 최돈애 시의 미학이다.

마지막 연에서는 삶과 우정을 자연의 순환 속에 배치한다. “한 줄기 바람에도 흔들리는 세상사”는 인간이 감당하는 현실의 불안정성과 무게를 상기시키지만, “사랑이 붉게 물드는 하늘처럼”이라는 결말은 흔들림 속에서도 선명한 감정의 빛이 솟아오르리라는 확신을 담는다.

시인 최돈애 시의 근원에는 오래된 감정에 대한 신뢰가 자리한다. 격렬하지 않지만 흔들리지 않는 정서, 말보다 침묵이 더 두터운 관계의 힘, 삶의 고단함과 희망을 같은 자리에서 바라보는 시적 윤리. 문학적 감수성과 인문적 성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의 시세계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묻는 질문—‘무엇이 우리를 견디게 하는가’—에 담담한 대답을 건넨다.

그는 삶을 긍정하고, 인간을 믿고, 기억을 사랑한다.

그 믿음이 시를 단순한 언어의 구조가 아닌, 삶을 지탱하는 정서의 구조로 만든다.

〈동무야〉는 형식이 단순하지만 내용이 깊고, 표현이 부드럽지만 의미가 단단하다.

삶의 애틋함을 말없이 끌어안고, 지나온 날들을 향해 조용히 미소 짓는 시인의 마음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최돈애 시인 시의 본질은 화려함이 아니라 진심이다.

진심은 시간을 견디고, 관계를 견디고, 인생을 견딘다.

하여

이 시는 끝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사랑은 남는다.”

□ 최돈애 시인에 붙여

봉선화의 빛이 남아

청람 김왕식

봉선화 한 송이의 기억이

울타리 너머 저녁노을에 젖을 때

당신의 시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시간은 잎맥처럼 흐르고

세상은 바람처럼 스쳐가지만

당신의 말 한 줄은

마음 속에 불씨로 남았습니다.

손톱 끝에 물들던 그 붉음처럼

당신의 시는 조용히 스며들어

오래된 우정의 피를 다시 따뜻하게 흘리게 합니다.

밤하늘 먼 별을 바라보면

그 빛이 이미 오래된 것임을 알지만

여전히 눈에 닿아 반짝이듯,

당신이 남긴 문장은

세월을 건너 오늘을 비춥니다.

한 줄기 바람에도 흔들리는 이 세상에서

이름 하나만으로도

마음에 꽃이 피어난다는 것을

당신은 증명했습니다.

지금,

당신의 이름을 속삭이면

봉선화 향기처럼 조용한 빛이 돋습니다.

시인 최돈애,

당신이 세상에 남긴 붉은 물결은

낡지 않고 사라지지 않으며

사물의 맑음을 끌어올리는

또 하나의 봄이 됩니다.

당신의 시 앞에서,

세월은 잠시 멈추고

우리는 꽃처럼 피어오릅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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