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심 소설가의 《 인간은 죽지 않는다 》 ― 윤회 너머의 사유, 문학으로 다시 열리다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남지심 소설가의 《 인간은 죽지 않는다 》 ― 윤회 너머의 사유, 문학으로 다시 열리다 2025.12.21
□ 우담바라의 작가 남지심 소설가

□ 남지심 작가의 《인간은 죽지 않는다》




■
남지심 소설가의 《 인간은 죽지 않는다 》
― 윤회 너머의 사유, 문학으로 다시 열리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소설가 남지심의 장편소설 《인간은 죽지 않는다》는 인간 존재의 종착점으로 여겨졌던 ‘죽음’을 세계의 끝이 아닌 또 하나의 문장으로 다시 써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죽음을 종결이 아닌 전환으로, 생을 단절이 아닌 순환으로, 인간을 유한한 껍질이 아닌 연속적 의식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의 결정체다. 불교적 사유에 기반한 이 작품은 생과 사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의미를 묻는 독자에게 전혀 다른 문을 건넨다.
현상계의 삶을 끝으로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영원한 여정 속에 재탄생하는 존재로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도전적인 세계관이다.
죽음을 거부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삶의 필연으로 인정한 뒤 그 문턱 너머의 세계를 탐사하는 상상력은 문학에 흔치 않다. 남지심 작가의 작품은 그 문턱을 묘사한다. 그것도 추상적 관념이나 신비화가 아니라, 마치 현실을 묘사하듯 선명하고 생생하게 펼쳐낸다.
이 소설은 두 개의 길을 동시에 걷는다. 하나는 문학의 길, 하나는 종교적 사유의 길이다. 전자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를 묻는 예술이며, 후자는 인간이 죽음 이후를 묻는 탐구다. 종교는 삶과 죽음을 동시에 다루어 왔고, 불교는 그 가운데서도 윤회를 핵심적 사유의 틀로 이해했다. 남지심 작가는 이 틀을 소설로 옮겼다. 살아 있는 동안의 고뇌, 죽음의 통과, 중유의 세계, 환생, 그리고 다시 펼쳐지는 삶의 사명까지를 하나의 문학적 흐름으로 만들어 냈다.
전작 《솔바람 물결 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에서 작가는 이미 인간 존재의 본질과 불교적 깨달음에 접근해 왔다. 그러나《인간은 죽지 않는다》는 그 탐구의 끝자락에서 다시 시작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삶의 문제를 넘어서 죽음의 본질을 묻는다. 나아가 개인 의식의 경계를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류 보편의 질문으로 확장된다.
특히 윤회적 존재론을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서사적 체험으로 구현했다는 점이 중요한 성취다. 이 작품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는 관념적이거나 신비적 배경이 아니다. 그곳에서 영혼은 변모하고, 성찰하고, 진화한다.
남지심 작가는이러한 노정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그린다. 영혼의 여정이라는 문학적 장르가 아직 미개척지에 머물러 있는 한국문학에서, 이 작품은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작품의 또 하나의 중심축은 ‘원력’이라는 개념이다. 대부분의 문학이 업생—즉 인간적 욕망과 고뇌의 세계를 그렸다 한다면 이 소설은 원생—보살적 삶의 경계를 그린다. 삶의 목적을 자신 바깥으로 확장하고, 타자의 고통을 향해 자신을 개방하는 세계, 곧 이타적 실천의 길이다.
이러한 원력적 존재들을 중심에 둔 서사는 불교문학의 지평을 크게 넓힌다.
남지심 작가는 생애를 통틀어 내면 탐구를 수행으로 삼아왔다. 새벽마다 향을 피우고 경을 베껴 쓰는 일상, 삶과 글이 분리되지 않는 구조, 문학의 목적을 치유와 성찰에 둔 태도—이 모든 것은 작품의 에너지로 응축됐다. 작가가 개인적 욕망을 향한 문학이 아니라 진리에 다가가기 위한 문학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지 소설이 아닌 수행의 기록이다.
장영우 평론가가 이 작품을 “문학으로 풀어낸 ‘십지품’의 변상도”라 한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문학이 도달하기 어려운 세계—삶과 죽음의 연속 구조, 존재의 근원적 의미, 의식의 진화—를 서사와 인물의 경험으로 풀어낸 이 소설은 종교적 깊이와 문학적 형상을 동시에 잡아냈다.
죽음을 두려움의 기호로 읽어온 독자에게, 이 작품은 새로운 정답을 건넨다.
죽음은 사라짐이 아니라 노정이다.
존재는 닫히는 것이 아니라 확장된다.
그리고 인간은 죽지 않는다.
남지심 작가의 이 선언은 문학의 경계에서 시작되어 철학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결국 종교의 심장으로 귀착된다.
그 결과, 이 소설은 인간을 다시 쓴다.
죽음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길을 놓음으로써.
죽음을 끝이 아니라, 성숙의 이름으로 이해함으로써 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자리에서,
남지심은 조용히 말한다.
인간은 죽지 않는다.
사랑도,
의식도,
이야기 또한.
모두 이어지고,
모두 건너간다.
ㅡ청람 김왕식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