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최대승 시인의 시 <동지팥죽> ㅡ동지팥죽에 깃든 감각의 기억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최대승 시인의 시 <동지팥죽> ㅡ동지팥죽에 깃든 감각의 기억 2025.12.22
최대승 시인의 시 <동지팥죽>  ㅡ동지팥죽에 깃든 감각의 기억

□ 최대승 시인

동지팥죽

시인 최대승

나쁜 기운 몰아내고

평안을 위해 먹는 동지팥죽

겨울의 맘이 담긴 황홀한 맛

몸이 근질거린다

자유시장

산성시장에서 먹었던

달콤함은 무아경이었고

입 안을 돌아 온몸으로 퍼지는 뜨끈한 기운

오장육부 들썩거리고

입안을 구르는 새알심

회심의 속이 스르르 녹는다

푹푹 끓다 방울방울 톡톡 터트리는 안달 나는 맛난 냄새

동지팥죽 먹으러 간다

최대승 시인의 시 <동지팥죽>

ㅡ동지팥죽에 깃든 감각의 기억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최대승 시인의 <동지팥죽>은 전통 풍속의 맛을 소재로 삼아, 기억의 심연에 남은 체온과 감각의 여운을 되살리는 작품이다. 팥죽이라는 익숙한 음식을 통해 삶의 평온과 존재적 안도를 노래하는 이 시는 표면상 맛과 냄새를 묘사하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음식과 인간, 계절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내밀한 감각의 문장을 간결하게 엮어낸다.

동지를 맞아 팥죽을 먹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액운을 막고 평안을 기원하는 풍속으로 이어져 왔다. 시인은 그 의미의 뼈대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음식이 품은 살아 있는 감촉과 향을 오장육부의 반응으로 구체화하여 전통의 정서를 오늘의 감각으로 옮겨놓는다.

시의 첫머리에서 “나쁜 기운 몰아내고 / 평안을 위해 먹는 동지팥죽”이라는 진술은 단순한 사실을 넘어서 액운을 밀어내는 마음의 의례를 선언한다. 팥죽 한 그릇이 세속의 어두운 기척을 정화하는 힘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겨울의 맘이 담긴 황홀한 맛”이라 표현하며, 시인은 음식을 맛으로 정의하지 않고 계절의 감정으로 설명한다. 겨울을 추위로만 기억하지 않고, 삶이 움츠리는 때일수록 따뜻한 기운을 찾아 몸을 일으키는 인간의 본능을 담아낸 것이다.

특히 “자유시장 / 산성시장에서 먹었던 / 달콤함은 무아경이었고”라는 대목은 시의 중심이다. 시장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의 바닥을 지탱해 온 일상의 진원지이다. 그 속에서 경험한 달콤한 팥죽의 맛이 ‘무아경’으로 연결되는 대목은 음식이 곧 존재를 잊게 하는 해방의 순간임을 의미한다.

이는 작가가 일상을 바라보는 미의식을 드러낸다. 삶을 고상한 어휘로 설명하기보다, 평범한 소재 속에서 더없이 깊은 정신의 울림을 발견하는 시인의 태도이다.

중반부의 묘사는 기억과 신체감각이 하나로 엮인다. “입 안을 돌아 온몸으로 퍼지는 뜨끈한 기운 / 오장육부 들썩거리고”라는 표현은 단순한 맛의 경험을 넘어 신체 전체가 감응하는 생명의 역동성으로 확장된다. “입안을 구르는 새알심 / 회심의 속이 스르르 녹는다”는 구절에서는 팥죽의 작은 요소가 삶의 무거움을 풀어내는 치유적 경험으로 승화된다. ‘회심’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위안이 아니라 마음의 전환, 곧 삶을 다시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를 의미한다. 음식이 감각을 넘어 정신의 길로 건너가는 순간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팥죽이 끓고 터지는 소리를 “안달 나는 맛난 냄새”로 묘사하며 다시금 활기를 회복한 마음을 드러낸다. 겨울이 움츠러든 계절이라면, 팥죽의 끓는 소리는 살아 있음의 증거이다. 그리고 시는 “동지팥죽 먹으러 간다”는 생활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이 끝맺음은 시적 장식보다 삶의 현장감을 앞세운 선택이며, 최대승 시의 특징이기도 하다. 시적인 관념보다 실존적 몸짓을 우선하는 태도, 즉 시의 결론을 삶으로 닫는 방식이다.

최대승 시인의 시는 쉽고 명료하다. 그 명료함은 단순성을 뜻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물의 촉감을 되살리는 언어, 삶의 정직한 체험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시선, 일상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 이 모든 요소들이 시인의 미의식과 철학을 이룬다.

<동지팥죽>은 음식 한 그릇을 소재로 삼아 생의 외로움과 피로, 몸의 냉기와 마음의 그늘을 가만히 덜어내는 시다. 팥죽이 삶을 위로하는 도구가 아니라, 삶 자체가 팥죽처럼 끓고 식고 다시 데워지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 시는

겨울에 관한 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에 관한 말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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