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함께 걷는 길 ㅡ청람 김왕식

함께 걷는 길 2025.12.24
함께 걷는 길

함께 걷는 길

청람

처음에는

모두가 혼자였다

각자의 하루를 보퉁이에 담아

각자의 무게로 길을 건넜다

누군가는 새벽의 불을 깨워

빵을 굽고

누군가는 아이의 발끝에서

하루를 매듭지었으며

누군가는 병원 복도에

밤을 눕혀 두었다

이름 없는 날들이

벽돌처럼 쌓여

세상의 기초가 되었다

넘어짐이 먼저였고

일어섬은

늘 늦게 왔다

기다림을 배우는 동안

사람들은 서로의 등을

이정표처럼 기억했다

비가 오면

우산은 늘 모자랐고

그래서 어깨가 젖었다

그 젖은 자리에서

말보다 빠른 이해가

이끼처럼 자라났다

살아간다는 것은

승리를 들고 오는 일이 아니라

견딤을 서로에게 건네는 일

손바닥에 남는

체온의 학습이었다

길은 언제나 울퉁불퉁했고

약속은 자주 빗나갔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끝내 사람 쪽으로 기울었다

누군가는 먼저 떠나

하늘의 빈 의자가 되었고

남은 이들은 그 이름을 불러

하루를 건넜다

눈에 띄는 영웅은 없었으나

서로를 놓지 않는 마음이

밤의 스위치를 내렸다

아침은 늘

어제보다 낮은 목소리로 왔고

그래서 더 분명했다

손을 내밀면

잡히는 손이 있다는 사실

그 한 가지로

길은 다시 시작되었다

마침내 알게 된다

세상을 움직인 것은

깃발 같은 큰 말이 아니라

주머니 속 작은 약속들이었다는 것을

오늘도

누군가는 길 위에 서 있다

혼자인 듯 보이나

서로의 숨으로 이어진 모습으로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

계속 쓰이고 있으므로

그리고 이 문장은

지금 이 자리에서

또 하나의 삶으로

조용히 번져 간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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