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신발 ㅡ청람 김왕식
바람의 신발 2025.12.24
■
바람의 신발
청람
우듬지에 남긴
감 하나
따지지 않고
헤아리지 않은
둥근 시간
까치는 와서
그 시간을 파먹고
단맛을
하늘에 흘렸다
살이 떠난 자리
껍질만 남아
허공에 매달렸을 때
북쪽에서
바람이 와
그 속에 발을 넣었다
신발을 얻은 바람은
계절을 건너
산을 넘고
마을을 지나갔다
감은
비워진 몸으로
하늘의 걸음을 배웠고
나무는
말 없이
그 흔들림을 지켜보았다
남김은
사라짐이 아니라
길이 되는 일
까치밥으로 남긴
감 하나는
바람이
세상을 걷게 한
첫 걸음이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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