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빨래줄에 걸린 저녁 ㅡ 청람 김왕식

빨래줄에 걸린 저녁 2025.12.25
빨래줄에 걸린 저녁

빨래줄에 걸린 저녁

김왕식

해가 낮아진다

골목은

말부터 접는다

집집마다

빨래줄이 드러난다

낮에 숨겨 두었던

사정이 걸린다

셔츠 하나

바지 하나

양말 두 짝

모두

하루를 다 썼다

바람이 분다

빨래가

몸처럼 흔들린다

누군가는

야근을 했고

누군가는

하루를 비웠다

세제 냄새가

골목을 돈다

그 냄새가

저녁 인사다

아주머니는

집게를 다시 집는다

떨어질까 봐서가 아니라

밤이 길어서다

빨래는

말없이 마르고

사람은

말없이 늙는다

창문 하나가 열리고

국 끓는 소리가 난다

오늘도

큰일은 없고

작은 일들이

제자리를 찾는다

해는 완전히 지고

빨래줄만 남는다

그 위에

오늘이 걸린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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