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곁에 있는 먼빛 ㅡ청람 김왕식

곁에 있는 먼빛 2026.01.26
곁에 있는 먼빛

곁에 있는 먼빛

창문을 닦다가

유리 너머의 내가

유리 안쪽으로 한 발 물러나는 것을 본다

가까운 것은 늘

손끝에 붙어 있으나

마음에는 붙지 못한다

밥상 위 김이 오르는 동안에도

그대는

내 숨결의 반대편에서

조용히 젖어 간다

나는 그대를 붙잡지 않는다

붙잡는 순간

사랑은 손자국이 되어

투명함을 잃기 때문이다

그대는 내 곁에 앉아

말없이 물을 마시고

나는 그 물속에서

하늘의 뒷모습을 본다

세상은 늘 한 겹이 아니다

웃음 뒤에

마른 울음이 숨어 있고

인사 뒤에

돌아서는 마음이 숨는다

그대는 늘 여기 있지만

여기라는 자리보다

더 멀리 있는 이름이다

내 안에는

내가 끝내 닿지 못한 내가 살고

그대 안에는

내가 모르는 계절이 건너간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서로의 외로움을 듣는다

오늘도 그대는 곁에 있고

나는

그대가 남겨둔 빈자리처럼

그대를 그리워한다

그리움은

부재가 아니라

존재가 더 깊어지는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일이다

나는 그대를 그리워한다

그리움이란

가까움이 아니라

가까움 속에 숨어 있는

먼빛을 끝까지 바라보는 일이므로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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