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되돌아오는 편지 ㅡ청람 김왕식

되돌아오는 편지 2026.01.26
되돌아오는 편지

되돌아오는 편지

가까움은 주소를 묻고

마음은 우편번호를 잊는다

편지는 늘

도착하기 전에

먼저 돌아온다

나는 봉투를 뜯지 못한 채

책상 위에 둔다

종이 위의 말들이

너무 가벼워질까 봐

바람은 창틈을 찾아

슬쩍 들어오고

종이는 그 바람에

얇게 떨린다

떨림은 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정확한 대답이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도착하지 못해도

서로의 떨림에는

자주 닿는지도 모른다

서랍 속에는

보내지 못한 말들이 쌓이고

그 말들은

내가 잠든 사이에도

조용히 숨을 쉰다

나는 다시 봉투를 접는다

도착보다 중요한 것이

기다림이라는 듯이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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