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오는 편지 ㅡ청람 김왕식
되돌아오는 편지 2026.01.26
■
되돌아오는 편지
가까움은 주소를 묻고
마음은 우편번호를 잊는다
편지는 늘
도착하기 전에
먼저 돌아온다
나는 봉투를 뜯지 못한 채
책상 위에 둔다
종이 위의 말들이
너무 가벼워질까 봐
바람은 창틈을 찾아
슬쩍 들어오고
종이는 그 바람에
얇게 떨린다
떨림은 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정확한 대답이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도착하지 못해도
서로의 떨림에는
자주 닿는지도 모른다
서랍 속에는
보내지 못한 말들이 쌓이고
그 말들은
내가 잠든 사이에도
조용히 숨을 쉰다
나는 다시 봉투를 접는다
도착보다 중요한 것이
기다림이라는 듯이
ㅡ청람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