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무릎의 언어 ㅡ청람 김왕식

무릎의 언어 2026.01.26
무릎의 언어

무릎의 언어

무릎이 먼저 안다

내가 얼마나 버틴 날인지

사람들은 얼굴을 보고

괜찮다 말하지만

무릎은 속이지 않는다

계단을 오를 때

조용히 울리는 통증

그 통증은

살아온 시간의 요약이다

나는 무릎에게 묻는다

오늘을 견딜 만했느냐고

무릎은 대답 대신

잠깐 떨린다

떨림은 약함이 아니다

내 몸이 아직

내 편이라는 신호

눈물이 늦게 오는 날

무릎이 먼저 젖는다

발끝이 먼저 흔들리고

마음은 그 뒤를 따른다

나는 무릎을 탓하지 않는다

무릎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

낡은 것은 부끄럽지 않다

낡았다는 것은

버텼다는 뜻

오늘도 무릎은

말없이 하루를 받친다

그 언어를

나는 믿는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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