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빛의 문자, 한글 ㅡ청람 김왕식

빛의 문자, 한글 2026.02.08
빛의 문자, 한글

빛의 문자

청람 김왕식

종이 위에 새벽이 펼쳐지고

먹빛 한 방울 우주처럼 번진다

숨결은 선이 되어 자리를 얻는다

격자의 그림자는 바람에 지나가고

문자는 어둠 속 입김에서 태어난다

입술과 혀끝이 별을 그린다

ㄱ은 길의 시작을 여는 각도

ㄴ은 낮게 굽어 세상을 품는 품

ㄷ은 침묵을 머금은 집의 울타리

모음은 하늘과 땅 사이 흐르는 빛

소리는 그 위를 건너는 새의 그림자

의미는 내려앉아 생이 된다

등불 아래 깊어지던 왕의 밤

백성을 향한 심장의 떨림

그 떨림이 오늘의 문장을 낳는다

아이의 울음이 이름으로 피고

어머니의 부름이 집이 되며

연인의 편지가 계절로 번진다

한글은 잉크가 아니라

존엄을 기록하는 빛의 구조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

붓끝마다 시간이 스며

선 하나에 역사가 흐른다

침묵마저 발음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음성

이름을 불러 빛이 되는 언어

한글.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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