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연(詩歌演)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시가연(詩歌演) 2026.02.20
□ 시가연 주인장 김영희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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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연(詩歌演)
종로 인사동
후미진 뒷골목 끝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하나
누군가에겐
낡은 콘크리트의 하강이지만
이곳에 오는 이들에겐
천국으로 이어지는
은밀한 상승이다
문을 열면
한 평 남짓한 허름한 무대가
세상의 중심처럼 놓여 있다
그 위에 오르는 순간
직업은 내려놓고
이름은 잠시 접어 둔다
누구나
시인이 되고
배우가 되고
관객이 된다
시를 읊조리면
벽이 숨을 고르고
노래를 부르면
천장이 빛을 낮춘다
연주는
의자 사이를 흐르는 강이 되고
낭송은
사람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
작은 별이 된다
마흔 명 남짓의 숨이
하나의 박자가 되어
공간을 데운다
김영희의 시와
이춘우의 건축이
이곳에서는
소리로 다시 세워진다
시가연詩歌演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으로 지은
문화의 창고
흥을 아는 이들이
어깨를 맞대고
자신의 밤을 나누는
낮은 무대 위의
가장 높은 예술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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