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 사람이라는 시간을 건너온 김미루 선생의 표정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 사람이라는 시간을 건너온 김미루 선생의 표정 2026.02.21
□ 김미루 작가의 대작 《길은멀어도 마음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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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 사람이라는 시간을 건너온 김미루 선생의 표정
청람 김왕식
김미루 작가는
미소가 맑다.
그 맑음은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
시간이 오래 씻어낸 영혼의 결에 가깝다.
누군가의 얼굴에 드러나는 미소는
대개 순간의 감정이지만,
그의 미소는
세월이 남긴
침전물이다.
그리고
그의 음색은 곱다.
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서두르지 않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느린 리듬이 있다.
말은 짧지만
그 여백은 길다.
그 여백 속에서
지나온 계절들이
천천히 숨을 고른다.
그의 미소와 음색은
곧
김미루라는 사람이
70년 동안
삶을 견디며 얻어낸
여유롭고 순백한 영혼의 표상이다.
무엇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가능해진 맑음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작가들이
그를 존경한다.
그의 글은
문장이 아니라
사람의 체온에 가깝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삶을 기록하는 동안
자신의 판단을 앞세우지 않았고,
해석을 서두르지 않았으며,
타인의 시간을
자신의 문장 안에
함부로 가두지 않았다.
그의 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그 힘은
과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래 듣고
늦게 말하는 사람에게서
자연히 생겨나는
신뢰의 문장이다.
인사동의 오후,
찻잔 위로 김이 오르던 순간에도
그의 목소리는
시간을 밀어내지 않았다.
외려
지나온 시간을
조용히
자리에 앉혔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시간을 만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상처 내지 않고
문장으로 옮기는 일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김미루 작가의 글이
많은 이들의 삶에
오래 머무는 이유는
그가 사람을
대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동행자로
곁에 앉았기 때문이다.
하여
그의 미소는 맑고,
그의 음색은 곱다.
그 맑음과 고움은
결국
사람이라는 긴 길을
조용히 걸어온
한 기록자의
가장 진실한 표정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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