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먼 길을 걸어온 기록자 — 김미루 시인의 삶과 문장에 대하여 청람 김왕식
사람이라는 먼 길을 걸어온 기록자 2026.02.21
□ 김미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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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먼 길을 걸어온 기록자
— 김미루 시인의 삶과 문장에 대하여
청람 김왕식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이름을 듣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잠시 건네받는 일이다.
그 짧은 만남 속에서
타인의 생각과 삶의 깊은 섭리를
단번에 알아차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미루는
그 어려운 일을
30여 년 동안
묵묵히 반복해 온 사람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발품으로 누비며
문화 예술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경계 없이 만나왔다.
화가를 만나고,
연주자를 만나고,
장인匠人을 만나고,
무대 뒤에 선 기획자를 만났다.
그가 마주한 것은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었다.
그는
그들의 말보다
그들의 침묵을 오래 들었다.
문장으로 남기기 이전에
시간의 결을
먼저 받아 적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의 삶은
한 장의 그림처럼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고
그는 그 원천을 캐내어
다듬고
다시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만난
탁월한 인물들은
이미 각종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지만
그의 시선은
언제나
조용히 지나가는 이들에게
머물러 있었다.
독자들의 마음에
은근히 스며들었던
460인의 삶을
다시 묶어
하나의 숲으로 세우고자 했던 까닭이다.
그들이 살아온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들이 감당해 온 예술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자유를 선택한 대가로
고독을 받아들여야 했고
열정을 지켜내기 위해
삶의 방향을
수없이 다듬어야 했다.
김미루는
그들의 그늘을
존중의 눈으로 바라본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다.
허나
우리가 걷지 못한 길을
묵묵히 개척해 가는 이들의 삶은
때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은
기록의 집합이 아니라
사유의 노정이다.
그는
타인의 삶을 기록하는 동안
자신을 만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그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반추하고
시간의 방향을 되짚으며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길을
조용히 걸어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그의 인터뷰는
타인을 향한 노정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먼 여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문장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는 동안
해가 바뀌고
계절이 지나갔다.
인터뷰어로서
타인의 삶의 흔적을 찾아가는 길은
그에게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길라잡이였다.
향기 있는 460인의 문화 향유자들을
선별하여
그들 내면의 철학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던 노력은
독자들로
사람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한다.
사람의 흔적을 따라가는 일은
곧
사색의 날갯짓을 배우는 일이다.
그는
그 길 위에
오래 서 있었다.
북한강이 펼쳐지는
청평의 집필실에서
이 기록을 마무리하며
그는
또 다른 흔적을 찾아
길을 나설 준비를 한다.
빈 나뭇가지에
바람이 일고
계절이 바뀌면
길 떠나는 나그네처럼
그리움의 대상을 찾아
다시 걸어갈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돌아서는 발걸음에는
늘
여운이 남는다.
그 여운은
내면의 샘처럼
마르지 않는다.
절망하지 않는 강처럼
조용히 흐르며
또 다른 만남을
기다린다.

□
김미루 시인
사람의 시간을
문장으로 건너온 이여
타인의 하루를 받아 적다
자신의 계절을 놓치지 않았던
말보다
침묵을 오래 듣는 사람
지나온 삶의 결을
서둘러 해석하지 않았던 손길
낯선 얼굴 속에서
익숙한 고독을 읽어낸 눈빛
그대의 문장은
빛나지 않아
더 오래 남는다
바람이 스친 자리마다
사람의 온기를 남기고
한 사람의 생을
한 줄의 숨으로 옮겨 놓는다
길은 멀었으나
마음은 늘 곁에 있었고
지나온 만남들은
샘처럼 고여
이제
그대의 시간으로
다시 흐른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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