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원장 ㆍ김미루 시인의 우정 ㅡ강 위에 놓인 다리, 두 사람의 시간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강동완 원장 ㆍ김미루 시인의 우정 ㅡ강 위에 놓인 다리, 두 사람의 시간 2026.02.28
□ 강동완 대한웰리스 병원장

□ 김미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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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에 놓인 다리, 두 사람의 시간
김왕식
우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건축물이다.
돌을 쌓지 않아도 세워지고, 철근을 박지 않아도 오래 간다.
시인 김미루와 닥터 강동완을 바라보면, 그 보이지 않는 구조가 선명해진다.
한 사람은 강을 바라보며 문장을 세우고,
한 사람은 수술실의 무균등 아래에서 생명의 시간을 이어 붙인다.
서 있는 자리는 달라도, 두 사람이 딛고 선 땅은 다르지 않다.
사람이라는 강가다.
어린 시절, 운동장 위의 흙먼지와 바람은 두 소년을 같은 계절 속에 두었다.
가늘고 키 큰 모범생, 핸드볼을 좋아하던 강동완.
세상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려던 눈을 가진 김미루.
서로의 미래를 몰랐지만, 이미 같은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하나는 몸의 힘을 기르며,
하나는 마음의 결을 다지며.
세월은 길을 갈라놓았다.
강동완 원장은 독일 뷔르츠부르크로 건너갔다.
의학이라는 거대한 성채 앞에서, 두 번의 실패가 곧 끝을 의미하는 시험의 문턱을 넘어야 했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열두 학기를 자신의 시간으로 밀어 올리며 제도의 벽을 통과했다.
그의 공부는 자격을 얻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단련하는 방식이었다.
차가운 유럽의 공기 속에서 그는 의지를 단단히 세웠다.
흐르던 물이 얼어 구조가 되듯,
그의 시간은 형태를 갖추었다.
김미루 시인은 강을 건너지 않았다.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청평서루에서, 햇살이 거실을 스칠 때 문장을 적었다.
강은 흐르고, 기억은 겹치고, 시간은 소리 없이 지나갔다.
그는 문장으로 자신을 지었다.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이라는 제목 속에는 삶의 방향이 담겨 있다.
길은 멀어질 수 있어도, 마음은 멀어지지 않는다는 믿음.
육체의 거리가 벌어져도 정신의 거리는 줄어들 수 있다는 확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한 사람은 메스를 들고,
한 사람은 펜을 들었다.
도구는 달라도 지향은 다르지 않다.
메스는 몸의 아픔을 가르고,
문장은 마음의 매듭을 푼다.
둘 다 상처를 향하고,
둘 다 회복을 향한다.
강동완 원장은 대한웰니스병원을 세웠다.
대장 · 항문 · 소화기 질환을 전문으로 하되, 치료를 넘어 삶의 질을 고민하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영국 세인트마크병원과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시스템을 연구하며 세계적 기준을 지역의 현실에 맞게 옮겼다.
그러나 그가 세운 것은 의료 시스템만이 아니다.
매주 토요일 병원 로비에는 음악이 흐른다.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을 후원하며 예술의 숨결을 병원 안으로 들였다.
하얀 벽 사이로 흐르는 선율은 환자의 불안을 낮추고, 몸의 긴장을 풀어낸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신념은 병원의 구조 속에 스며 있다.
수술실의 빛과 음악의 떨림은 같은 방향을 향한다.
김미루 시인의 출판기념회 날, 강동완 원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리에 섰다.
화려한 말은 없었다.
함께 서 있는 태도만으로 충분했다.
우정은 말보다 자리에 있다.
시간을 내어 곁에 머무는 태도, 그것이 신뢰의 언어다.
의사가 세계적 기준을 세우는 동안, 시인은 강가에서 사유를 깊게 한다.
서로의 길을 대신 걷지 않지만, 서로의 길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성공을 과시하지 않고, 성취를 비교하지 않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응원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강 위에 놓인 다리에 가깝다.
강은 흐르고,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다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운동장과 현재의 수술실과 집필실을 잇는 구조물.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다.
강동완 원장은 “웰니스병원은 로마다”라고 말한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환자에게 신뢰의 대명사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그의 삶의 중심에는 사람이라는 도시가 있다.
환자, 학생, 음악가, 친구.
그 도시를 향해 길이 열린다.
김미루 시인은 겨울을 견디며 양평에 작가 마을을 세우겠다고 다짐한다.
황량한 땅 위에 복수초가 얼굴을 내밀 듯, 그의 문장은 겨울을 통과한 자리에서 피어난다.
한 사람은 봄을 준비하고,
한 사람은 생명을 준비한다.
두 사람의 시간은 어딘가에서 맞닿아 있다.
우정은 함께 웃는 날보다 서로의 침묵을 이해하는 날에 깊어진다.
문장 앞의 고요와 수술대 앞의 집중은 다른 듯 닮아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
그 태도가 서로를 증명한다.
같은 꿈을 꾸는 일이 아니라,
다른 꿈을 꾸면서도 서로의 꿈을 존중하는 일.
그 존중은 시간이 쌓아 올린 성벽과 같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관계는 쉽게 끊어진다.
이 우정은 속도를 따르지 않는다.
계절처럼 천천히 바뀌고, 강처럼 조용히 흐른다.
눈에 띄지 않게 자라 어느 날 돌아보면 깊은 그늘이 된다.
문장과 메스가 만나는 자리.
마음을 열고 몸을 여는 두 길.
상처를 쓰고 상처를 꿰매는 두 방식.
결국 지향은 하나다.
사람을 살리는 일.
강을 건너온 시간이 아니라,
강을 함께 바라본 시간.
흐름은 달라도 시선은 같다.
그 시선이 변하지 않는 한,
그 다리는 오래도록
흔들림 없이 서 있을 것이다.
■
강을 함께 바라본 이름들
청람
강은 흘렀으나
시선은 흩어지지 않았다
한 사람은 메스로 빛을 가르고
한 사람은 문장으로 어둠을 열었다
수술등 아래 맺힌 숨과
강가에 고인 사유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같은 맥박을 지녔다
상처를 꿰매는 손끝과
마음을 다듬는 문장의 결은
결국 한 방향을 향한다
봄을 준비하는 사람과
생명을 붙드는 사람
강을 건넌 것이 아니라
강을 함께 바라본 이름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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