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삼월, 뿌리의 시간 ㅡ청람 김왕식

삼월, 뿌리의 시간 2026.03.03
삼월, 뿌리의 시간

삼월, 뿌리의 시간

삼월은

계절의 문턱에 서서

아직 열리지 않은 문을 두드린다

바람은 겨울의 목소리를

조금 더 붙들고 있고

햇살은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앙상한 나무들

뼈의 언어로 하늘을 쓰며

묵묵히 버틴다

그러나 껍질 아래

보이지 않는 강이 흐른다

수액은

얼음의 기억을 밀어 올리고

가지 끝에서는

연둣빛 숨이 고인다

꽃은 아직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천천히 피어오르는 불씨

땅속 깊은 곳

새싹의 눈동자들이

흙을 밀어 올릴 순간을

서로에게 묻는다

삼월은

차가움과 따스함이

서로의 어깨를 밀어내는 달

그 마찰 속에서

생명은

더 또렷해지고

마침내

마른 가지 끝에

작은 초록 하나

세상은

그 한 점 숨으로

다시 시작된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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